지지율 방어막 '적폐청산' 최근 흔들… 경제·민생 문제에 더 집중해야
  •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0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계엄령 문건을 추가로 공개하는 모습. ⓒ뉴시스 DB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0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계엄령 문건을 추가로 공개하는 모습. ⓒ뉴시스 DB
    청와대가 최근 적폐청산이라는 카드 연일 꺼내들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 순방 중 다급하게 기무사에 독립수사단을 꾸릴 것을 지시했다. '계엄령 문건'이 만들어진 경위를 조사하겠다는 것으로, 전임 정부의 핵심 인사를 겨냥한 지시라는 해석이 나왔다.

    20일 오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국정원으로부터 기관 보고를 받기로 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여기에도 적폐청산과 개혁성과를 격려하는 의미가 담겼다. 적폐청산이 다시금 키워드가 된 듯한 모습이다.

    정권의 태동에 '촛불혁명'이 항상 함께 언급되는 문재인 정부는 그간 전임정부에 대한 적폐청산을 외치며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왔다. 촛불집회로 요약되는 적폐 청산 요구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서 내세웠던 슬로건이자 정권의 상징이었다. 청와대는 지난 5월 13일에 권력형 적폐청산을 넘어 '생활적폐' 청산 추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적폐청산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같은 청와대의 적폐청산 활동은 답답한 정국에서 이따금 '사이다'가 돼 줬다. '진통제'이기도 했다.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여러 후보자가 구설수에 오르며 흔들렸던 청와대에 힘이 되준 것은 적폐청산 키워드였다. 당시 청와대 내 캐비닛에서 전임 정부에서 작성한 문서가 발견됐다.

    비트코인 파동과 평창동계올림픽 단일팀 논란이 불거지며 청와대 지지율이 하락하던 지난 1월에는 문재인 정부가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꺼내놓았다. 조국 민정수석이 경찰, 검찰, 국정원 개혁의 밑그림을 설명했고, 다시 4일 뒤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수사의 부당성에 대해 입장을 내놓자 이에 대해 청와대가 반박하는 입장문을 내놨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을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 대화 분위기와 적폐청산, 두 흐름을 타고 문재인 정부는 집권 1년차인 5월에도 역대 최고수준의 지지율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의 지지율 추이는 심상치 않다. 여권의 표현대로라면 서슬퍼런 '계엄령'이 명시된 문서의 존재가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리얼미터〉와 〈한국갤럽〉 등 복수의 여론조사기관은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폭락을 보고했다.

    이는 단순히 지지율이 떨어지는 문제로 치부하기만은 어렵다. 실제 감옥에 갇혀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지고 있어서다. 실제 공판을 참관하려 신청하는 사람도 줄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의 관심조차 식어가는 상황인 셈이다.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원인을 최저임금 등 먹고사는 문제에서 찾는다.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증가폭 감소 등으로 체감경기가 급격히 위축된 것에 반응한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2년차에 접었들었다. 그간 펼쳤던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정책에 대한 성적표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도 심각성을 인지한 듯 참모진 교체라는 극약처방을 꺼내들었다. 개각까지 염두에 둔 듯 보이지만 반전이 될만한 소식은 현재로서는 없는 상태다.

    대외적인 여건도 문재인 정부에 화답하지는 않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내는 등 외교에 능하다는 인상을 줬음에도 당장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미중 무역 관세 보복 등 국제 무역 정세에는 뾰족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하반기 우리 경제가 더 나빠질 수 있다"며 "6개 도시 현장 점검에서 매출액이 줄고 임대료가 상승했으며 앞으로 영업이익이 일정 수준 이하로 줄면 폐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자영업자의 호소를 접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헤쳐가야할 현실을 요약한 것이다.

    그런 가운데 청와대는 이날 오후 더 강력한 수위의 기무사 문건을 추가로 공개했다. 국방부로부터 전달 받았다는 이 새로운 자료는 국회나 언론에 대한 내용 등 무거운 내용이 담겨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지지율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

    다만 '사이다'와 '진통제'로는 '배고픔'을 해결할 수 없지 않을까. 진통제는 처음에는 고통을 잊게 해주지만 계속 맞아서는 내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미 내성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과연 언제까지 진통제를 맞을 수 있나. 배고픔을 이길 '영양분'의 공급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