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한국 의원… "전투 중인데 말 안 듣는다고 아군 저격수 빼다니" 아쉬움
  •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6년 만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떠나게 됐다. 그동안 법사위에서 문재인 정부의 '입법 공세'를 막아내며 보수·우파 정당의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해온 김 의원은 급작스러운 상임위 변경에 난색을 보였다. 

    김 의원은 16일 국회 상임위원회 배분 과정에서 법사위가 아닌 정무위원회에 배정되자 입장문을 내고 "김성태 원내대표가 저와 상의 없이 상임위를 교체하여 6년간 정든 법사위를 떠나게 됐다"며 "제가 얼마나 미웠으면 멀쩡히 있는 사람을 빼버렸을까요"라고 반발했다. 

    그는 "법사위는 인기 상임위가 아니라 희망자가 없어 제가 초선 때부터 재선인 지금까지 계속 있었다"며 "악법 막는 걸 천직으로 알고 이번에도 법사위를 희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래서 정을 줄래야 줄 수가 없다"며 "한참 전투 중인데 말 안 듣는다고 아군 저격수를 빼버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마 민주당이 제일 좋아할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소식에 '아쉬움'을 토로한 것은 김 의원만이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법사위를 떠나게 된 것을 두고 우려 섞인 시선이 쏟아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민주당 악법을 막았던 김진태인데… '난민·외국인 세금 퍼주기 법' '차별금지법' 다 통과되는 거 아닌가"(아이디 myfe****) 등 김 의원을 법사위로 돌려놓으라는 반응을 보였다. 

    네티즌들은 김 의원이 '김성태 원내대표가 자신을 미워해서 법사위에 빼버렸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김 원내대표에 대한 원망 섞인 목소리를 냈다. 한 네티즌(아이디 kimb***)은 "진짜 김성태 나쁜×이네. 김진태만큼 법사위 잘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성토했다. 

    김 의원과 네티즌이 이번 상임위 배분이 한국당의 전력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그간 김 의원이 법사위에서 보여준 활약상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19대와 20대에서 약 6년간 법사위 위원으로 활동하며 '문재인 정부의 악법'을 막는 골키퍼 역할을 해왔다. 김 의원은 공로를 인정받아 20대 상반기 국회 법사위에서 간사를 맡기도 했다. 

    이희호 여사 황후 경호 '지적'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자리엔 김진태 의원이 있었다. 문재인 청와대가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황후 경호'를 제공하고 있는 행태를 꼬집은 것도 김 의원이었다. 

    그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지난해 10월 전직 대통령과 영부인에게 대통령 경호처가 '퇴임 후 10년, 추가 5년' 경호를 제공하도록 하던 것을 '추가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을 당시에도 강하게 제동을 걸었다. 

    김 의원은 당시 법사위에서 "청와대 경호처가 법에 근거도 없이 이희호 여사를 황후경호 하는 것이 들통났다"면서 "국회 법사위에 제가 있는데 이런 법이 통과되겠느냐"고 경고했다. 

    그는 "DJ가 퇴임한 지 15년이 지난 금년(2018년) 2월까지만 경호처 경호를 받아야 하는데 오늘 현재까지도 경호처가 경호해 주고 있다"며 "그러다 문제가 될 것 같으니 기간을 5년 연장해 달라는 법안을 들고 왔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감옥에 보내고,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은 경찰 경호를 받고 있는데 이희호 여사만 경호처 경호를 받아야 하나"라며 "이런 '1인을 위한 법'이 어딨나"라고 반발했다. 정부가 자기 진영 대통령 부인을 위한 '꼼수 법안'을 의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 문재인 정부의 '저격수' 

    지난해 김진태 의원은 막말로 '욕먹을 각오'하고 문재인 정부와 싸우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취업 의혹'을 끈질기게 추궁한 것도 김 의원이다. 

    김 의원은 당시 문준용씨가 고용정보원에 취직할 당시 낸 귀걸이를 한 입사 사진, 12줄에 불과한 자기소개서, 입사후 14개월 만의 '휴직' 등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조목조목 짚으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강하게 질타하며 재차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보수·우파 진영의 사실상 유일무이한 '대변자'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보수 정부 10년은 불법과 불공정의 '적폐 시대'로 규정했지만, 자기 사람들을 챙길 때면 '안면몰수' 하는 상황을 보고 울분을 토하는 보수 시민의 마음을 살뜰히 대변했다. 

    결사적으로 당론을 지킬 보수우파 의원 있나?

    2016년 추운 겨울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태극기를 들고나온 보수·우파 시민들을 위로한 것도 김 의원이었다. 대부분이 자신의 정치 인생에서 박근혜를 지우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거리로 나온 수만의 '태극기 시민'을 멀리할 때, 김 의원은 기꺼이 이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줄곧 소신을 가지고 싸웠던 김 의원이 법사위라는 입법부 마지막 길목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보수우파 진영의 아쉬움과 우려가 나오는 또 다른 이유다. 

    정부·여당인 민주당이 129석으로 여대야소 형국이 본격화되고, 범여권과 합심해 입법 드라이브 가속화 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이 나오는 것이다. 

    보수·우파 시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사회·경제·입법 등 국정 운영 전반에서 독단으로 흐르려고 할 때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을 지킬 사람을 기대한다.  

    당장 정부가 논란의 여지가 남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이나 보유세 개편 등 일부 정책을 밀어붙이려고 할 때 한국당이 결사적으로 당론을 지킬 수 있느냐 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우파 가치 제대로 지키지 못해 오늘의 난국 맞아"

    그런데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미 당 노선 변경을 선포했다.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실용주의 정당'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중도를 끌어안기 위해 그동안의 당 색을 빼겠다는 말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한국당 의원들도 6·13 지방선거 대패 이후 여론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김진태 의원이 상임위 배분 결과를 보고 속상함을 토로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지난달 25일 성명을 통해 "김성태 대행이 저지른 가장 큰 실책은 우리를 수구냉전세력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난 오히려 자유·법치라는 우파가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오늘의 난국을 맞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보수·우파 이념을 가지고 저격수로 나설 수 있는 자신이 빠지면 당 전투력이 급감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인 셈이다. 

    그러나 김 의원이 당을 생각하는 마음은 알지만, 정치권의 말을 빌리자면 김 의원이 서있는 곳은 피도 눈물도 없다는 '살얼음 정치판'이다. 소신도 자리가 있을 때 지킬 수 있다. 때론 유연한 갈대로 위장도 할 수 있는 '싸움의 기술'이 필요한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