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점희 서울시교육청일반직공무원노조 위원장 "정당인 학교운영 참여 절대 반대"
  • 뉴데일리는 26일 서울 성북구 서울시교육청일반직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이점희 위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위원장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 뉴데일리는 26일 서울 성북구 서울시교육청일반직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이점희 위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위원장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지난 20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더불어민주당 서윤기 의원 외 23명)는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에 정당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학운위는 학부모, 교원, 지역 인사 등이 위원으로 참여해 교육과정 운영, 학칙 제·개정, 학교 예·결산 등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교육계는 학운위에 정당인이 포함할 경우, 학교의 정치적 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며 즉각 반발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일반직공무원노동조합(이하 서일노·위원장 이점희)은 "서울시의회가 학교를 정치판으로 만들려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정당인의 뜻에 따라 학교운영이 정치적으로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해당 조례안은 29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이점희 서울교육청일반직노동조합위원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돼 정치인이 학운위에 뿌리를 내릴 경우, 원상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면서, 어떻게든 본회의 통과를 막아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위원장은 "학운위는 학교의 모든 학사업무와 행정업무를 총괄하기 때문에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데, 정치인이 학운위에 들어오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학운위원장 내지 학운위원이 학교장 의견을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울시의원은 예산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타 지방에 비해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시의회는 서울시교육청에 40%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각 시의원들이 학교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 위원장은 "표를 의식한 학운위원장이 학교에 꼭 필요하지 않은 예산을 투입한다면, 이는 국가적인 낭비이자 향후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육 중립성 훼손… 총선 악영향도 우려

    그는 이번 조례안이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향후 국회의원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선거 시 표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최적의 기관이 학교"라며 "학교에서 시의원이 활동할 경우 표 확보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고 강조했다.

    '정당인' 학운위원장이 시의회에서 의결한 예산을 학교에 반영할 경우 학부모에 좋은 이미지를 심을 수 있으며, 입학·졸업식 등 행사 시 축사자로 참석해 소속 정당과 함께 자신의 활동을 소개할 경우 더할 나위 없는 선거 홍보의 장이 된다는 것이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학운위 학부모 위원 대다수는 녹색어머니회, 학부모회 등 학부모 사이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대표자들로 구성된다"며 "시의원들에게 학교당 학부모 1000명에 이르는 서울소재 학교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이자 정치인의 황금알"이라고 설명했다.

    교사들, 교육청 공무원들도 부정적

    개정안에 대한 현장 교사들과 서울시교육청 공무원들의 반응은 어떨까. 이 위원장은 "매우 부정적"이라며 "정당인이 학교운영에 참여할 경우, 교육의 중립성이 존재하기는 어려운 일이며, 이를 아는 학교 관계자들은 모두 반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계에서 이토록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왜 서울시의회는 임기를 10여 일 앞두고 조례 개정안을 '기습'처리한 것일까. 시의회는 19일 시교육청에 해당 안건을 전달하고 이튿날인 20일 강행 의결처리했다. 이 위원장은 "11일 해당 안건이 알려졌으면 교육계가 그때 들고 일어났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안건 목록에는 개정 조항 없었다

    시의회는 지난 11일 시교육청에 안건 목록을 보냈다. 당시 목록에는 '정당의 당원이 아닌 자'를 삭제하는 조례 개정안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개정안은 지난 17년 4월 교육계의 강력한 반대로 보류된 사안으로, '임기 안에는 언제든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다'는 점을 일부 시의원들이 이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시의원들이 욕을 무더기로 얻어먹는 한이 있어도 (안건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선거 직후이기 때문에, 지금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해도 다음 선거철인 4년 뒤에는 이미 학교에 표밭이 형성돼 있다고 보는 것이다"고 추측했다.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될 경우, 어떻게 대응하겠느냐는 질문에 이 위원장은 "시교육청 간부들은 예산이 걸려있기 때문에, (시의회와 반대되는 입장을) 말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학교가 정상화되도록 돕는 것이 노조의 역할이다. 우선 최선을 다해서 본회의 통과를 막겠다"고 주장했다. 서일노는 29일 서울시의회에서 조례 개정안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피켓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최선 다해서 본회의 통과 막겠다"

    교육계 반발에도 결국 정당인 참여가 허용된다면, 향후 일선 학운위는 어떻게 달라질까. 이 위원장은 "이제까지의 학운위와는 사뭇 다를 것"이라며 "학운위원 선거가 국회의원 선거에 필적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학운위원장 경쟁이 과열될 경우 '금권선거'로 번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부연했다.

    이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세월이 지나면 당사자들의 이름은 잊혀지겠지만, 조례안이 향후 수십년간 학교에 미칠 영향은 엄청날 것"이라며 "그들에게 진정 학교를 위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 책임을 질 수 없다면, 학운위에 정당인 가입을 허용하는 조례 개정안을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960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이점희 위원장은 교육공무원 경력만 37년차인 베테랑이다. 주로 경북·서울 초중고등학교에서 행정실장 역할을 맡았으며, 곽노현 교육감 당시 서울시 초중고행정실장협의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2011년부터 서일노 위원장으로서 7년째 활동하고 있다. 서일노는 2011년 11월 101명으로 출발한 공채일반직 공무원 노조로써 정책 개발, 업무 개선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합원은 현재 2,500명 수준이다.

    이점희 서울시교육청일반직노동조합위원장과의 인터뷰는 26일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서일노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 이점희 서울시교육청일반직노동조합위원장. 교육공무원 37년차 베테랑으로 정년까지 2년 반을 남겨두고 있는 이 위원장은
    ▲ 이점희 서울시교육청일반직노동조합위원장. 교육공무원 37년차 베테랑으로 정년까지 2년 반을 남겨두고 있는 이 위원장은 "최선을 다해 본회의 통과를 막겠다"고 다짐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학운위 자격 중 '정당의 당원이 아닌 자'를 삭제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는가.

    "첫째, 학교장 경영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 학운위는 학교의 모든 학사업무와 행정업무를 총괄하기 때문에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데, 정치인이 학운위에 들어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정치적 영향령이 막강한 학운위원장이나 학운위원이 학교장 의견을 지배할 수 있다."

    "둘째, 시의원의 경우 예산의결권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서울시의회는 타 시도와 달리 재정자립도가 높아 서울시교육청에 40%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만약 표를 의식한 학교운영위원장이 학교에 꼭 필요하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면 향후 큰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셋째, 학생수가 많은 학교에서 시의원이 활동할 경우 표 확보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정당인이 학운위원장으로 있을 경우, 학교는 많은 사람들에게 본인을 홍보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장소가 된다."

    -임기를 10여 일 앞둔 서울시의회가 조례안을 기습통과시킨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선거 시 표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최적의 기관이 학교이기 때문이다. 학운위 학부모 위원 대다수는 녹색어머니회 등 학부모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학운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표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시의원들에게 서울소재 학교는 학교당 학부모가 1천명에 이르는 만큼, 본인을 알리는 데 매우 유리하다. 이를 통해 시의회가 왜 학운위에 정당인을 포함하는 조례 개정에 나선 것인지 알 수 있다. 학부모 표가 해당지역 정치인에게는 황금알인 것이다."

    -현장 교사들과 시교육청 공무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학교장들의 반응이 매우 부정적이고 다음이 행정실장이다. 학교장은 교육의 중립성과 학교경영 침해로 인한 폐해를 걱정하고, 행정실장들은 정당인이 학운위원이 될 경우 학운위 전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 교사들 또한 힘 있는 정당인이 학운위원으로 학교경영에 참여해 학사전반에 걸쳐 간섭하게 되면, 교육의 중립성이 존재하기 어려운 상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를 아는 학교 관계자들 모두 반발할 수밖에 없다."

    -학교 관계자들의 반대가 뚜렷한데, 서울시의회에선 왜 정당인을 학운위에 참여시키려는 것인가.

    "욕을 아무리 얻어먹는다 해도 (안건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우리가 예산을 얼마나 쥐고 있는데' '표밭이 얼만데'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선거 직후이기 때문에, 4년 뒤에는 지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유권자가) 잊을 것이고 학교에는 이미 표밭이 형성돼 있을 거라고 보는 것이다. 

    -조례 개정안은 29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결과가 어떻게 될 것 같나.

    "우리 노조, 서울교총, 학교 관계자 등 교육현장 목소리에 반대 의견이 강해서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종 통과될 경우 대응 방안은?

    "교육청 간부들은 말하고 싶어도 예산이 걸려있으니 껄끄러워서 말하기 어렵다. 우선 최선을 다해 (최종 통과를) 막는 수밖에 없다. 학교가 정상화되도록 하는 것이 노조의 역할 아닌가. 실제로 통과된다면 노조 일이 많아질 것이다. 다시 뒤집는 방법을 연구해야겠지만 다 정치인이 앉아 있는데 쉽겠나.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모두가 앞에선 정치적 중립성 얘기하지만 뒤에서 표 의식하고 있는 것은 뻔한 사실이다."

    -정당인 참여가 허용되면 일선 학운위는 어떻게 달라질까.

    "이제까지의 학운위와는 사뭇 다를 것이다. 우선 학운위원 선거가 국회의원 선거 뺨 치는 수준으로 갈 것으로 보여진다. 행정력 낭비가 심할 것이고, 공무원들의 업무 과부하로 혁교현장의 불만이 많아질 것이다. 특히, 학운위원장 경쟁이 과열될 경우 금권선거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학운위원장이라는 직함이 정당인에게 엄청난 메리트가 될 것이다."

    -본회의까지 3일 남았다. 마지막 당부의 말씀 들려달라.

    "그들에게 진정 학교를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조례 개정안을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 세월이 흐르면 당사자들의 이름은 잊혀지겠지만, 추후 학교에 미칠 영향은 클 것이다. 그 책임을 질 수 있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안을 두고 눈 앞의 표를 의식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