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원 손목시계 박연차→ 노건평→ 권양숙에 전달… 盧 '사실' 시인하고 서명-날인"
  •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뉴시스
    ▲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뉴시스
    이른바 '논두렁 시계' 논란과 관련, 이인규(60)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검사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은 피아제 시계를 증거물로 제출해 달라고 요청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계 수수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뒤 권양숙 여사가 밖에 내다 버렸다'고 답변하면서 제출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명품 시계를 수수했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하는 발언으로 해석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인규 전 부장은 해당 문제를 둘러싼 '보도 기획' 의혹에 대해 "저를 포함한 검찰 누구도 이와 같은 보도를 의도적으로 계획하거나 개입한 사실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주장했다.

    "박연차 회장이 노건평씨 통해 2억 시계 전달"

    이인규 전 부장은 25일 대검찰청 출입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일부 언론에서 마치 제가 논두렁시계 보도를 기획한 것처럼 왜곡해 허위 내용을 보도하고 있어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입장문에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검찰 수사에서 '2006년 9월경 노 전 대통령의 회갑을 맞이해 피아제 남녀 손목시계 한 세트를 2억원에 구입, 노건평 씨를 통해 전달했으며 그 후 2007년 봄경 청와대 관저에서 노 전 대통령 부부와 함께 만찬을 할 때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감사 인사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이인규 전 부장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인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지휘했었다. 다음은 이인규 전 부장이 낸 입장문을 발췌한 내용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30일 변호인이 참여한 가운데 이뤄진 검찰 조사에서 '권양숙 여사가 그와 같은 시계 세트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자신은 KBS에서 시계수수 사실이 보도된 후에 비로소 그 사실을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검사가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피아제 시계를 증거물로 제출해 달라고 요청하자 '언론에 시계 수수사실이 보도되고 난 후에 권양숙 여사가 밖에 내다 버렸다'고 답변하면서 제출을 거부했다. 이와 같은 조사 내용은 모두 녹화됐고, 조서로 작성됐다. 노 전 대통령은 작성된 조서를 열람한 후 서명 날인했으며, 그 조서는 영구보존문서로 검찰에 남아 있다. 이와 같이 시가 1억원 이상의 고가 시계를 받는 행위는 뇌물수수죄로 기소돼 유죄로 인정될 경우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 질 수 있는 중대한 범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명-날인"

    이인규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의 시계 수수 관련 수사 내용이 외부에 유출돼 보도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나, 검찰이 의도한 바가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는 "원세훈 원장은 저에게 직원을 보낸 것 외에 임채진 검찰총장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노 전 대통령의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망신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가 거절을 당한 적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논두렁 시계' 기획 의혹의 배후로 이명박 정부 원세훈 국정원을 지목한 것이다.

    이인규 전 부장은 "(이번에 낸 입장과 관련해) 조사 요청이 오면 언제든지 귀국해 조사를 받겠다"고 덧붙였다. 해외 도피의혹을 받고 있는 그는 현재 미국에 체류하고 있다.

    '논두렁 시계 기획자'로 원세훈 전 원장 지목

    한편, 미국 현지 교민들은 이인규 전 부장의 검찰 소환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일보>는 이날 미주 최대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인 '미씨 USA'를 인용해 이인규 전 부장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한 아파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사진 2장이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위에 나선 한 교민은 피켓을 들고 "이인규 보고 있나? 공소시효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교민은 "북미민주포럼과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등에서 현상금 500달러에 수배했지만 한동안 잠적했는데, 1년 만에 (이인규 전 부장은) 워싱턴 최고급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논두렁 시계 망신, 사기조작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파렴치범 이인규"라고 덧붙였다.  

    '미씨 USA'는 19일(현지시각) 이인규 전 부장이 가족과 함께 중국식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장면과 그가 이용하는 자동차를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 글에는 "(이인규) 미국 버지니아 애난데일에 있는 한 중국집에서 와이프랑 딸이랑 밥 먹는다"는 설명과 함께 이 전 부장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과 그의 가족들이 식사하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추가됐다. 또한 주차장에 세워진 BMW 차량 사진도 첨부됐다. 게시자는 "비 오는데 기다렸다가 보니 이 차 타고 갔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