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로이터·데일리 메일, 美CBS 등 아기 부친, 국경경비대 취재 통해 사실 확인
  • 지난 12일 촬영된, 논란의 사진. 사진 속 아기는 7월 초순 엄마와 온두라스로 송환될 예정이라고 한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2일 촬영된, 논란의 사진. 사진 속 아기는 7월 초순 엄마와 온두라스로 송환될 예정이라고 한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6월 12일(현지시간) 美텍사스州 리오그란데 강 부근에서 불법 밀입국 여성이 美국경 경비대에 붙들렸다. 이 여성은 어린 여자아이를 안고 있었다. 美국경 경비대 대원이 “몸수색을 해야 하니 아이를 내려 놓으라”고 말했다. 여자아이는 엄마가 내려놓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퓰리처 상 수상 경험이 있는 사진기자가 이 모습을 촬영했고, 이튿날 세계 주요 언론은 여자아이가 엄마로부터 강제로 떨어진 아이인 것처럼 보도했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의 ‘무관용 이민정책’을 맹비난했다. 美시사주간지 ‘타임’은 표지에 이 여자아이가 우는 모습과 트럼프 美대통령이 내려다보는 모습을 합성해 실었다.

    며칠 뒤 英로이터 통신을 비롯해 여러 언론들이 美 ‘타임’의 표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표지 속 여자아이는 엄마와 헤어진 적이 없음에도 아이와 부모를 떼어놓는 이민자 무관용 정책의 상징처럼 됐기 때문이었다.

    美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22일 “타임이 표지에 실은, 온두라스 출신의 우는 여자아이는 엄마와 떨어진 적이 없다”는 글을 실었다. 美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이 사진을 내걸고 아이와 떨어진 불법 이민자 가족을 돕는 데 1,800만 달러(한화 약 201억 원) 이상을 모금했다고 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정부의 ‘무관용 정책’의 상징처럼 퍼진, 심지어 ‘타임’의 표지에까지 실린 美국경 경비대원 앞에서 우는 여자아이는 그의 엄마와 헤어진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美세관국경경비대(CBP) 대변인 ‘카를로스 루이즈’는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진 속 모습은 여자아이와 그 엄마가 텍사스 국경에서 우리를 처음 만났을 때였다”면서 “여자아이의 엄마는 구금된 적도 없고, 두 사람에 헤어진 적도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리고 “해당 사진은 이 상황(무관용 이민정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카를로스 루이즈 美CBP 대변인에 따르면, 여자아이의 이름은 야넬라로 올해 2살이라고 한다. 아이 엄마의 이름은 산드라 산체스였다. 야넬라는 사진을 촬영할 당시 2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엄마 품에서 나와 땅에 서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가 땅에 내려놓자 야넬라는 울기 시작했다. 당시 CBP대원은 산체스 씨에게 “괜찮냐”고 물었고, 아이 엄마는 “아기가 지치고 목이 말라 그런 것”이라며 “게다가 지금 밤 11시 아니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루이즈 美CBP 대변인이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해명을 하지 않았다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우는 여자아이 사진으로 트럼프 정부의 ‘무관용 이민정책’을 이해할 뻔 했다는 것이다. 야넬라와 산체스 씨의 고향인 온두라스도 이 사진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고 한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아이의 부친인 데니스 자비에르 바렐라 에르난데즈 씨는 자신의 딸이 엄마와 헤어질까자 두려워 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기 아내와 딸은 지난 주 맥알렌 수용소에 함께 수용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온두라스 외무부 또한 이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새라 허커비 샌더스 美백악관 대변인 또한 해당 사실을 알게 된 뒤 트위터를 통해 “자기들의 아젠다를 위해 어린 소녀까지 이용한다”며 美주류 언론들을 비판했다고 한다.

    美CBS 방송 외에도 英로이터 통신과 데일리 메일 등이 어린 여자아이와 엄마가 헤어진 적이 없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美우파매체 ‘프리비컨’도 22일(현지시간) 여자아이와 엄마가 헤어진 적이 없다는 사실을 전하며 일부 주류 언론들의 이념지향적 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세계 주요 언론들은 이념적 성향을 떠나 불법 이민자의 성인과 아이를 분리 수용하는 트럼프 정부의 ‘무관용 이민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소위 ‘反트럼프 매체’로 알려진 美주류 언론사 가운데 다수는 자신들의 기존 보도가 잘못되었음을 알려주는 기사라도 전면에 내세우는 용기와 무엇보다 ‘사실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