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 빼면 남는 것 없어... "'민주화 유공' 보상 비해 너무 열악한 것 아니냐" 지적
  • ▲ 제68주년 6.25전쟁 기념식이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6.25 참전유공자, 이낙연 국무총리, 여야지도부, 피우진 보훈처장, 군 관계자 및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제68주년 6.25전쟁 기념식이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6.25 참전유공자, 이낙연 국무총리, 여야지도부, 피우진 보훈처장, 군 관계자 및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6.25 전쟁이 끝난 지 65년이 지났지만, 목숨을 걸고 자유를 지킨 노병 10명 가운데 8명은 생계를 걱정해야 할 만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들어 국가가 참전유공자를 위한 명예수당을 지급하고, 일부 자치단체도 별도 수당을 지원하고 있지만 평균 86세를 넘긴 고령의 노병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민주화 유공자들이 본인과 배우자는 물론 그 자녀들까지 교육과 취업 지원, 의료비 혜택을 받고, 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일시급 보상금을 받는 사정을 고려하면, 참전 유공자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부터 1인당 참전명예수당 지급액을 기존 22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렸지만, 여전히 1인 가구 최저 생계비(올해 66만8,842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가 처음 참전명예수당을 지급한 건 2000년 10월. 처음에는 만 65세 이상의 생계 곤란자에 한해 월 6만5,000원을 지급했으나 2002년부터 금액과 지원대상을 조금씩 확대해 지금은, 만 65세 이상 모든 참전유공자에게 월 30만원을 지급한다. 지자체가 별도로 재원을 마련해 참전군인에게 수당을 지급하기도 한다. 금액은 지역마다 달라 적게는 5만원에서 최대 15만원이다. 중앙정부 지원액이 적다 보니 지자체가 그 틈을 메우기 위해 관련 정책을 시행 중이다. 2010년부터 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서울시는, 올해 기준 월 5만원을 지급한다. 대상은 서울시에 3개월 이상 거주한 만 65세 이상 참전유공자로, 수혜자는 4만2천명 정도다. 


    ◆참전용사 상당수 86세 이상 고령, 병원비만 해도...

    보훈교육연구원에 따르면, 참전용사의 87%는 생활고를 겪고 있다. 평균 연령 역시 80세를 훌쩍 넘긴 고령이다. 자연스레 병원비와 약제비 부문의 지출이 크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받는 수당의 상당액은 '약값'으로 들어간다. 이들에게 '노후 보장'이란 말은 사치나 다름 없다.  

    6.25 참전유공자회 측은 25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작년 대비 참전수당을 인상해 줘 고맙게 생각한다”면서도 “1인 국민최저생계비가 월 66만원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터무니 없이 낮다”고 말했다.

    선영달 유공자회 조직국장은 “17대 국회부터 참전수당을 60만원으로 책정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아직도 국회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우리나라 경제 수준에 대비한 수당을 줘야지, 덮어놓고 30만원 일괄 책정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현재 국가보훈처에서는 참전수당 외 별도의 의료비는 지원하지 않고 있다.

  • ▲ 제66주년 6.25전쟁 기념식 전경.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제66주년 6.25전쟁 기념식 전경.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민주화유공자에 비해 지원 열악” 지적도  

    사정이 이렇다보니 “참전용사들의 수당이 민주화유공자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며 불만을 터트리는 이들도 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5.18유공자와 배우자, 자녀는 교육과 취업기회를 국가로부터 제공받는다. 의료비 지원도 있다. 국무총리 산하 직속 기관인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에서 별도의 보상급이 지급되기도 한다. 보상금은, 2000년 설치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이하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심의위원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보상금을 받은 인원은 대략 5,000여명. 결정액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지급된 전체 보상금액은 1,146억원 상당이다. 

    지자체별로 '민주화 예우 수당'을 지급하는 곳도 있다. 서울시는 5.18 및 4.19 민주화유공자에게 '보훈예우수당'을 지급한다. 지난해 하반기 만들어진 이 수당의 월 지급액은 6.25참전용사와 마찬가지로 5만원이다. 서울시는 보훈예우수당을 받는 민주화유공자가 약 5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6.25 참전유공자회 측은 “민주화유공자들이 지원을 받는 것을 두고 우리가 언급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우리가 받는 정부·지자체 수당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고 했다.


    ◆12만 명 중 매년 1만명씩 사망...처우 개선 시급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6.25 참전 유공자는 약 12만명이지만 매년 평균 1만명 정도가 숨을 거두고 있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참전용사에 대한 처우 개선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24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참전유공자 예우 및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참전명예수당 월 지급액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1인 가구 최저생계비의 100분의 70까지 단계 별 인상 △참전유공자 생활수준을 고려한 진료비 전액 면제(비용은 국가 부담) 등을 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구에서 별도로 3만원 가량을 지급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추가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지만 당장은 계획이 없다”고 했다.



  • ▲ 6.25전쟁 참전유공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68주년 6.25전쟁 기념식에 참석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6.25전쟁 참전유공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68주년 6.25전쟁 기념식에 참석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대통령, 6.25메시지도 없어...누리꾼 비판 댓글 

    일부 누리꾼은 "6.25 68주년인데 어디에도 뉴스를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댓글을 올리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25일 오후 4시 기준 네이버 포털 실시간 검색에는 '6.25전쟁'이 깜짝 2위를 차지했지만, 정작 관련 언론 보도는 많지 않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해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축구 보러 외국에 나가는 것보다 6.25 추념식에 참석하는 게 먼저 아니냐”, “대한민국 수장의 자격으로 메시지 한 번 내놓지 않을 수가 있느냐” 등의 비판 게시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