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전 총리 빈소 찾아 친박계에 '쓴소리'
  • ▲ 지난 14일 대표직 사퇴를 선언하고 당사를 빠져나가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뉴데일리DB
    ▲ 지난 14일 대표직 사퇴를 선언하고 당사를 빠져나가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뉴데일리DB
    지방선거 참패로 대표직을 사퇴한 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오랜만에 내놓은 정치적 발언이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4일 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찾아서 한 말이다. 

    그는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친박들이 내가 나가면 당 지지율이 오른다고 했다"며 "당 지지율이 오르는가 한 번 봅시다"라고 발언, 최근 계파 갈등으로 다시 혼란에 빠진 당의 현실에 일침을 가했다.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 더 이상 대답을 내놓지 않은 홍 대표는 조용히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지방선거 최악의 성적에 대한 책임을 떠안고 대표직을 떠난 홍 전 대표의 복귀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이다. 선거 결과도 결과지만, 마땅히 그가 돌아올 명분이나 계기를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홍 전 대표는 여전히 복귀의 기회를 노리는 듯한 분위기다.  홍준표 전 대표의 열혈 지지자로 보이는 한 네티즌의 SNS 글에 홍 전 대표가 직접 작성한 댓글이 그의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 ▲ 페이스북 이용자 박 모씨가 올린 글에 직접 댓글을 작성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그는 '당랑의 꿈'을 언급하며 본인 역시 꿈을 접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사진=페이스북 캡쳐]
    ▲ 페이스북 이용자 박 모씨가 올린 글에 직접 댓글을 작성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그는 '당랑의 꿈'을 언급하며 본인 역시 꿈을 접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사진=페이스북 캡쳐]
    지난 23일 페이스북의 한 이용자 박 모씨는 "사랑하는 홍준표 대표님 꼭 다시 뵙고 싶습니다. 하느님에게 기도드리면 볼 수 있겠죠"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홍 전 대표는 "당랑의 꿈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늘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앞서 20일에는 또 다른 지지자 오 모씨가 "홍준표 전 대표가 얻은 건 무엇일까"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올려 홍 전 대표를 지지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글에 대해서도 같은 날 홍 전 대표는 "당랑의 꿈입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홍 전 대표가 말한 '당랑'은 사마귀를 의미, 당랑지부(螗螂之斧) 또는 당랑거철(螳螂拒轍) 등에서 쓰이는 한자어다. 정확한 홍 전 대표의 의도는 알 수 없으나 기본적으로 강자에게 도전하는 약자를 뜻하는 것으로, 홍 전 대표 본인을 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전 대표가 이 같은 댓글을 직접 작성한 점, 그리고 김 전 총리의 빈소를 찾아 마치 '두고 보자'는 식의 발언을 한 점은 그가 향후 다시 정치권으로 복귀할 의지를 갖고 있음을 암시한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홍 전 대표의 복귀 가능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전 대표의 사퇴 이후 오히려 친박-비박 갈등이 확산되고 내홍이 깊어지는만큼 홍 전 대표가 나름대로 당의 방향을 잡는 역할을 했다는 우호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여전히 지방선거 참패의 1차적 책임이 홍 전 대표에게 있으며, 오히려 홍 전 대표가 대표 시절 계파 갈등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김성태 원내대표의 거취마저 불분명해질만큼 한국당의 내부 갈등은 더욱 증폭되는 모양새다. 25일 심재철, 이주영, 유기준, 정우택, 홍문종 의원 등은 성명을 내고 김성태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