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반도 '트럼프 독트린' 시험장 되나③/ 닉슨-키신저의 '베트남 모델' 한반도 적용 가능성
  •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초청으로 백악관을 찾은 헨리 키신저 前국무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초청으로 백악관을 찾은 헨리 키신저 前국무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의 ‘독트린’에 대해 공식적으로 처음 질의한 언론은 CNN이다. CNN은 2015년 10월 美공화당 대선 주자가 정해지기도 전에 트럼프 美대통령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때 CNN은 “당신의 독트린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냐”고 묻자 트럼프는 “힘(Strength)”이라고 답했다. 이는 2016년 11월 美대선에서 ‘위대한 미국 재건(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슬로건으로 되살아났다. 돈이건 군사력이건 영향력이건 모두 ‘강력한 힘’으로 치환하려는 트럼프의 ‘독트린’은 대체 누가 만들어 낸 것일까.

    트럼프의 대외전략 멘토는 누구?

    트럼프가 2016년 11월 美대선에서 주요 언론과 정계, 학계의 예상을 깨고 당선된 이후 세계는 그에게 대외전략을 자문해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내느라 분주했다. 한국과 북한도 마찬가지였다.

    2017년 1월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뒤 한 때는 로버트 슐츠 前국무장관이 트럼프의 대외전략 ‘멘토’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美주요 언론 편집인들과의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가장 존경하는 외교가로 꼽았기 때문이다. 슐츠 前국무장관은 이후 몇 달 동안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실은 슐츠 前국무장관은 트럼프와 인연이 없었고 그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같은 해 5월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의 ‘멘토’가 누구인지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같은 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은 리처드 하스 美외교협의회 회장과 면담을 가졌다. 그가 트럼프의 대외 전략을 자문해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몇 달 뒤에는 헨리 키신저 前국무장관이 주목을 받았다. 2017년 10월 10일(현지시간) 트럼프는 키신저 前장관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대외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 중국 방문을 앞두고 동아시아 전략에 대한 자문을 키신저 前장관에게 구했다고 한다. 2016년 12월에는 “트럼프가 렉스 틸러슨 前엑슨 모빌 CEO를 국무장관으로 내정한 사실을 두고 키신저가 극찬했다”는 美언론 보도도 나왔다. 키신저 前장관이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추천했다는 소문도 퍼졌다.

    그렇다면 당시 한미 언론의 추측대로 리처드 하스 美CFR 회장과 키신저 前장관이 트럼프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걸까. 2017년 10월 이후 나온 美언론 보도와 트럼프의 동아시아 전략을 보면 그렇지 않아 보인다.
  • 2017년 6월 트럼프 美대통령의 대외전략 멘토로 알려진 리처드 하스 美외교협의회(CFR)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6월 트럼프 美대통령의 대외전략 멘토로 알려진 리처드 하스 美외교협의회(CFR)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스 CFR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이라크 파병 등 혈맹의 역사를 설명하면 (트럼프와의) 대화가 굉장히 잘 풀릴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이 조언은 결론적으로 트럼프에게 먹히지 않았다. 그는 또 자신의 책 ‘어지러운 세계(a World in Disarray)’를 통해 트럼프 정부가 세계 각 지역의 패권세력과 협력함으로써 세력 균형(Balance of Power)을 이뤄야 한다고 충고했다. 동아시아에서는 중국,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그 상대국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런 제안을 거의 무시한 정책을 펴고 있다.

    키신저 前장관은 어떨까. 그가 극찬했던 렉스 틸러슨 前국무장관은 2018년 들어 경질 당했고, “북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부분은 트럼프의 ‘수사(修辭)’로만 남아있다. 지난 5월 22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이 시진핑을 만나고 오더니 태도가 바뀌었다”며 중국을 비판했고, 5월에는 대중 기술제품 수출 금지를, 6월에는 대중 무역 관세조치를 시행한 점을 보면 트럼프가 중국을 보는 시각부터 키신저 前장관과는 다름을 알려준다.

    과거 행적으로 보는 오늘날의 트럼프

    그렇다면 트럼프의 대외전략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누굴까. 국내외 언론들은 지금까지 그의 사위 제러드 쿠쉬너 美백악관 선임 고문, 美백악관에서 물러난 스티브 배넌 선임 고문, 美우파 싱크탱크의 대표 격인 헤리티지 재단 설립자이자 트럼프 정부 인수 작업을 도왔던 에드윈 퓰너, 트럼프 정부의 첫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았다가 물러난 로버트 플린 前국방정보국(DIA) 국장 등도 거론됐다.

    이들이 거론될 때마다 미국을 필두로 세계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의 외교안보정책 멘토”니 “막강한 권력을 가진 측근”이니 하는 등의 설명을 붙여가며, 이들이 트럼프의 대외전략을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숱한 언론 보도 가운데 트럼프의 과거 행적을 통해 현재의 행태를 설명한 기사는 많지 않았다.

    우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전의 행적을 살펴보자. 트럼프는 부동산 재벌인 부친 밑에서 5년 동안 일하다 1960년대 말 당시 100만 달러를 빌려 독립했다. 美언론들은 “1968년 당시 100만 달러는 현재 가치로는 680만 달러(한화 약 76억 8,000만 원)에 해당한다”며 트럼프의 금전 감각을 비난했다. 美언론들의 비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1970년대 독립한 직후부터 급성장하다 1990년대부터는 여러 차례의 파산을 겪으면서 다시 재기해 거대한 부를 일궜기에 보통 사람들과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 ▲ "너 해고!" 美NBC 방송의 인기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를 진행할 당시 트럼프. ⓒ美NBC 방송 어프렌티스 영상캡쳐.
    그는 1991년 처음으로 자신이 소유했던 복합 리조트 ‘타지마할’의 부채 10억 달러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 신청을 했다. 1992년에는 부채 5억 5,000만 달러가 밀려 있던 트럼프 플라자 호텔의 파산을 신청했다. 2004년에는 18억 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던 트럼프 호텔 및 카지노, 2009년에는 트럼프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의 파산을 신청했다. 그러면서도 자기 개인 재산은 거의 보존해 투자자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트럼프는 파산을 거듭하는 가운데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고 한다. 자신에게 엔터테이너 기질이 강하며, 거액을 들여 실물 자산에 투자하는 것보다 이미 유명해진 자기 이름을 내세워 돈을 버는 게 더 낫다는 것이었다. 결심을 굳힌 트럼프는 이후 피자, 햄버거 등의 광고 모델로 활동했고 2004년에는 NBC 방송의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를 진행하며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다. 당시 트럼프가 ‘어프렌티스’에서 했던 “너 해고야”라는 말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할 정도였다. ‘어프렌티스’는 2015년 7월까지 총 14시즌을 제작, 방송했다.

    유명인이 된 트럼프는 자기 이름을 부동산 업체에 빌려줘 큰 돈을 벌었다. 또한 미스 유니버스와 미스 USA 운영 업체와 모델 에이전시를 소유·운영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美프로레슬링 단체 WWE의 CEO 빈스 맥맨과 삭발 내기 경기를 벌여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연예인이나 방송인도 아니면서 엔터테이너로 이름을 날린 트럼프는 이후 부동산 개발업자로 다시 재기했다. 트럼프는 “나의 재산, 내가 믿을 것은 결국 나 자신”이라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도전한 이유, 사람들이 뽑은 이유

    엔터테이너로서 큰돈을 벌고 유명해진 트럼프는 왜 뜬금없이 대통령 선거에 도전했을까. 美주요 언론이 모두 실패한다고 예측했던 대선 도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은 뭘까.

    2016년 11월 8일 KBS는 “트럼프와 겨룬 재미 한인의 경험담”이라는 기사를 내놨다. 주인공은 美뉴욕 부동산 개발업자인 우영식 ‘영우 앤 어소시에이츠(YWA)’ 회장이었다. 2009년 뉴욕 소재 AIG 빌딩 매입으로 부동산 업계의 주목을 받았고, 뉴욕 부동산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KBS를 만난 우영식 회장은 “트럼프가 살아온, 성공 방식은 ‘나는 매우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영식 회장은 美뉴욕에서 활동하는 부동산 업자들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美뉴욕 부동산 개발 시장을 가리켜 “굉장히 치열하고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분위기”라며 “시장 자체가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이기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고 굉장히 야박하다”고 묘사했다. 트럼프는 이런 시장 분위기, 특히 거래에서 이기는 분위기가 몸에 익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같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늘 이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거래를 시작하면 절대 망치지 않으려는 특징이 있다고 지적했다.
  • 2007년 美프로레슬링 단체 WWE의 CEO 빈스 맥맨과의 내기에서 이긴 뒤 맥맨을 삭발하는 트럼프. ⓒ美WWE 홈페이지 공개영상 캡쳐.
    ▲ 2007년 美프로레슬링 단체 WWE의 CEO 빈스 맥맨과의 내기에서 이긴 뒤 맥맨을 삭발하는 트럼프. ⓒ美WWE 홈페이지 공개영상 캡쳐.
    우 회장은 트럼프가 부동산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것을 가리켜 “그만큼 욕망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트럼프가 억만장자라는 점부터 인정하고 존중한 뒤에 그와 상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전 세계에 1,600명밖에 없는 억만장자라는 점부터가 그가 특별한 사람임을 나타낸다는 설명이었다.

    트럼프의 용인술(用人術)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설명도 있다. 뉴욕 부동산 시장에서는 개발업자 대부분이 개인 플레이어라고 한다. 이들은 자기 이름을 걸고 변호사, 회계사, 컨설턴트 등 능력 있는 사람들을 뽑아서 팀을 이뤄 사업을 성사시킨다. 때문에 자기와 함께 일하는 사람과 일했던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적재적소에 쓸 줄 알 것이라고 해석했다.

    우 회장은 “아버지를 알려면 자식들을 보라”는 격언으로 트럼프를 설명했다. 트럼프의 자녀들이 그의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아무리 바빠도 자기 부친과 친한 사람이 들어가면 일을 멈추고 일어서서 인사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미국에서 자녀들이 그렇게 행동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야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트럼프는 어떻게 미국인들의 마음을 얻었을까. 트럼프는 미국 국민들의 다수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불만을 갖고 있는지 먼저 파악한 뒤 자신의 엔터테이너 역량을 십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즉 미국 사회가 수십 년 동안 비판해 온 관료주의, ‘정치적 올바름’을 앞세운 ‘가식적 진보주의자’, ‘체리 피커’라 불리는 사회적 무임승차 세력, 美헌법을 비롯한 사회적 질서와 가치를 부정하는 세력 등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강력히 비판하면서 보통 미국인들의 가슴을 뻥 뚫어 줬다는 것이다. 여기다 레이건 정부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향수를 노린 듯 ‘위대한 미국’을 앞세워 애국심을 고취시킨 것, ‘미국이 잘 살아야 세계도 잘 산다’는 생각 아래 ‘미국 우선주의’를 제창한 것 또한 대다수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보다 세부적으로는 사회적으로 만연한 약물 남용, 중남미 출신의 폭력조직, 불법체류자 관용으로 인한 합법 이민자들의 소외감과 박탈감, ‘소수자’에 대한 우대로 대다수가 역차별 받는 사회적 관행 등을 타파하겠다고 나선 것이 주효했다.

    이런 선거 전략은 사실 트럼프와 같이 워싱턴 D.C. 바깥에서 온 사람, 그것도 독설로 유명한 엔터테이너니까 가능한 것이었다. 온갖 로비스트와 대기업에게 후원을 받고 언론과 거래를 하는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기존의 정치권에서는 이처럼 거친 말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 리처드 닉슨, 로널드 레이건 前 미국 대통령,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現 미국대통령. ⓒ美경제교육재단(FEE) 홈페이지 캡쳐.
    ▲ 리처드 닉슨, 로널드 레이건 前 미국 대통령,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現 미국대통령. ⓒ美경제교육재단(FEE) 홈페이지 캡쳐.
    대통령 취임 이후 그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는 비결도 간단하다. 그는 취임 후 먼저 다른 나라들에게 미국 시장을 개방하는 ‘혜택’을 제공하는 자유무역협정 파기를 선언했다. 또한 저소득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불법체류자와 난민의 입국을 막았다. 외국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을 경우에는 엄청난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 결과 다국적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금융 자본이 미국으로 흘러들기 시작했다. 덕분에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 미국은 유례없을 정도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 고교생, 심지어 교도소 재소자까지 고용할 정도다.

    트럼프, 롤 모델은 ‘레이건’인데 ‘닉슨’ 닮으면 어쩌나

    일방적으로 보호해주기만 하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도 트럼프가 “당신네 나라를 왜 우리 돈으로 지켜줘야 하느냐”며 비판하자 슬슬 국방비를 증액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중국에 억눌려 지내던 대만은 국방력 강화에 큰 기대를 보이고 있고,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직접 이란을 응징하고 중동 질서를 바로 잡겠다고 말할 정도로 안보 문제에 적극성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미국이 지난 30년 동안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던 중동 문제와 NATO 회원국 문제가 해결될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다. 바로 중국의 패권 전략과 북한 핵·미사일 문제다.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을 보면 두 나라를 사실상 하나의 패키지로 인식하는 듯하다.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가졌음에도 중국을 향해 경고를 날리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이행하지 않는데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북한이 잠잠해지자 남중국해 일대에서의 ‘자유의 항행’ 작전에 美해군과 日해상자위대뿐만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호주 해군까지 참여시켰다. 또한 지난 20년 동안의 행정부들이 엄두도 못 냈던 대중국 관세 부과와 수출 제한도 한꺼번에 시행했다. 이런 정책들은 트럼프가 북한을 대중국 지렛대로, 한국과 일본을 지렛대의 받침대로 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추정을 이끌어 낸다.

    물론 이 과정에서 키신저 前장관을 기억해내는 사람들이 많다. 닉슨 정부였던 1972년 2월 중국 방문을 준비하던 당시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은 닉슨 대통령에게 “20년 후에 당신의 후임자가 당신만큼 머리가 좋다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손을 잡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대로 ‘트럼푸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상하게 러시아 정부에 대해서는 유연한 모습을 보이는 트럼프를 보며 키신저 前장관의 그림자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만약 트럼프가 아직 키신저의 그림자 속에 있다면 가장 긴장해야 할 나라는 한국이다. 키신저는 1973년 1월 프랑스 파리에서 북베트남 공산당 정치국원 레득토와 평화 협정을 체결한다. 같은 해 그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닉슨 대통령은 자신의 독트린에 따라 “베트남은 베트남 국민 스스로 지키라”며 종전 선언과 함께 미군을 철수시켰다. 유사시에는 지원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년 후 남베트남은 무력 통일을 당했다. 

    반면 트럼프가 주장했던 “나의 롤 모델은 로널드 레이건”이라는 말대로 정책을 편다면 한국은 물론 일본에게도 좋은 일이다. 레이건 대통령은 집권 직후 당시 소련이 도저히 따라 올 수 없는 수준의 군비 경쟁을 촉발하는 한편 지도자가 바뀌자 ‘적과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 무너지도록 만들었다. 트럼프가 싱가포르 美北정상회담 때부터 김정은을 칭찬하며 살갑게 대하는 것은 어쩌면 레이건 대통령이 1985년 집권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친해질 때의 모습을 벤치마킹한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트럼프가 자신의 롤 모델인 레이건처럼 인류사적 업적을 이룰지 아니면 닉슨과 같이 동맹국도 망하게 만들고 스스로의 명예 또한 실추시킬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가 뉴욕의 부동산 개발업자처럼 “주변의 조언을 듣지만 결정은 직접 한다”는 식으로 동아시아 전략을 추진한다면, 향후 일어날 일은 모두 그의 업적 또는 책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