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속기구 평통 "천안함 재조사" 칼럼... 복심 문정인 "北인권 논의 나중에"
  • 천안함 사건으로 북한이 뒤집어쓴 누명을 벗겨줘야 한다거나, 괜한 북 인권 문제로 화해 무드를 망쳐선 안 된다는 식의 얘기가 대통령 주변에서 나올 성질은 아니다. 미북 회담·지방 선거 직후, 대통령의 측근 또는 관할 조직에서 그런 이야기들이 직설적으로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의장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평통)의 기관지가 ‘천안함 북한 누명설’을 제기했고,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협상 때 北인권 전제 불가’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의 주변 인사들이 ‘북한 호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천안함, 북에 엉뚱한 누명을 씌운 게 밝혀지면...”

    평통의 기관지인 <통일시대> 2018년 6월호에 네 쪽 분량으로 실린 ‘한반도 외교’ 분석 칼럼(22~25쪽)의 일부다. 

    "때가 되면 천안함 사건도 반드시 재조사해 진실을 규명하고, 만일 그 결과 북한에 엉뚱한 누명을 씌운 것이 밝혀지면 남측은 북측에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것이 남북이 화해하고 더욱더 통일을 향해 매진하는 중대한 시발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이 서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공유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통일을 향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용어는 감정적이고, 논리는 비약한다. ‘재조사’란 전제를 달아놓았다곤 하지만 ‘엉뚱한 누명’을 ‘씌웠다’는 표현은 감정적이다. 남과 북, 어느 쪽 정서인지 알 수 없다. 어떤 경우든 '역지사지'를 얘기할 상황은 아니다.  

    칼럼을 쓴 사람은 윤태룡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다. 윤 교수는 2015년 8월 한 일간지 칼럼에서 천안함 폭침을 두고 “미제 사건”이라고 했다. 민·군 합동조사단에 의해 밝혀진 폭침의 원인을 두고는 “남한 정부의 거짓말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평통 측은 칼럼이 실린 <통일시대> 목차 페이지 상단에 “<통일시대>에 게재된 내용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 써놓고 있다. 그러나 평통은 ‘대통령 자문 헌법기관’이고, <통일시대>를 발행하는 평통 사무처는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문정인 “北인권 문제삼을 때 아니다”

    청와대의 복심이라 불리는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최근 발언은 또다른 차원에서 북한의 의도와 맥을 같이 한다. 

    <조선일보>는 문 특보가 지난 14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北인권을 문제 삼을 때가 아니다”라 말했다고 16일 보도했다.

    문 특보는 이날 “북한과의 대화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하느냐”란 질문을 받았다. 문 특보는 ‘우선 순위(priority)’를 내세웠다. 비핵화가 먼저, 그다음이 인권이란 얘기였다. 북한이 개혁을 통해 인권문제를 개선할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문 특보는 이어 비핵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절대 인권 문제를 (대북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걸어선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북한 인권과 관련된 문 특보의 이날 ‘우선 순위’ 발언이 정부와의 교감 없이 나왔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문 특보는 사드 배치, 주한미군, 한미군사훈련 등 민감한 이슈들과 관련해, 민감한 시기에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소신을 거침 없이 밝혔다. 그 때마다 청와대와 문 특보는 ‘사견(私見)’임을 내세웠지만, 사견은 정책이 됐고, 소신은 한반도의 외교 현실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