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잡아도 미국 국방예산의 1/1000… 트럼프 주장 '과장'
  • ▲ 지난 12일 싱가포르 美北정상회담과 기자회견을 모두 마치고 에어포스 원에 오르는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뉴데일리 DB.
    ▲ 지난 12일 싱가포르 美北정상회담과 기자회견을 모두 마치고 에어포스 원에 오르는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뉴데일리 DB.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에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다”고 말한 것은 지난 12일 美北정상회담 직후였다. 기자회견에서 그가 '한미연합훈련을 잠정 중단하겠다'는 뜻을 비치자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큰 논란이 일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의원 “돈 많이 든다? 터무니없다”

    트럼프 대통령과도 친밀한 관계로 알려진 린지 그레이엄 美공화당 상원의원은 12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에 병력을 배치하고 한미연합훈련을 하는 것은 잘 쓰는 돈이지 미국 납세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워 게임으로 비용 낭비’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반박했다.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나도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지지하지만 그래도 그 훈련은 우리가 북한과 협상이 가능한지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한다”면서 “주한미군 또한 지역 내 안정을 제공하고 중국에게는 ‘너희는 이곳을 완전히 장악할 수 없다’고 경고하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로버트 달리 윌슨 센터 키신저 연구소 국장 등 안보 전문가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뉴욕타임스’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북한에 대한 양보이며, 트럼프가 쓴 ‘워 게임’이니 ‘도발적 훈련’이니 하는 표현은 북한의 주장”이라며 “이런 행동은 전통적인 동맹국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안보 전문가들은 ‘워 게임’과 ‘도발적 훈련’이라는 트럼프의 표현에 놀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쌍 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훈련 중단)’ 요구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에 대해서는 ‘反트럼프 매체’ 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들도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에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사실일까. 
  • ▲ 2017년 10월 전후 한반도 주변에 전개했던 美해군의 3개 항모 강습단이 이동하는 모습. ⓒ美해군 공개사진.
    ▲ 2017년 10월 전후 한반도 주변에 전개했던 美해군의 3개 항모 강습단이 이동하는 모습. ⓒ美해군 공개사진.

    한미연합훈련 비용의 핵심 전략자산 운영비

    한미훈련 비용 논란이 불거진 뒤  한국 국방부 안팎에서는 “매년 연합훈련에 소요되는 돈은 700억~8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한국군이 100억 원 가량을, 나머지는 미군이 부담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미연합훈련 비용 가운데 미군 전략자산의 비중이 크다. 핵추진 항공모함은 1회 출동에 100억 원, B-2 스텔스 폭격기는 1회 출격에 60억 원, B-1B나 B-52H 폭격기 출격에는 20~30억 원, F-22나 F-35 같은 스텔스 전투기는 1회 출격에 1~2억 원이 든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같은 추산은 대략적인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이 심각했던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동원된 미군 전략자산을 토대로 계산해 보자. 당시 미군은 항모 강습단 2~3개, B-2 스텔스 폭격기, B-1B 랜서 폭격기, B-52H 스트래토 포트리스 폭격기,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 F-35B 스텔스 전투기, 핵추진 전략잠수함, 강습상륙함(LHD) 등을 한반도에 보냈다.

    항모 강습단의 경우에는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1척에 이지스 순양함 1척, 이지스 구축함 2~3척 가량이 따라 붙는다. 안보전문 씽크탱크 '랜드 연구소'에 따르면, 핵추진 항공모함 자체의 연간 운영·유지보수·개량에 드는 비용은 약 4억 달러(한화 약 4,382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는 3,300여 명의 승조원을 비롯해 5,000명이 넘는 인원의 급여와 생활비까지 포함된 것이다. 항공모함 탑재기들은 하루 평균 18번의 이착함 훈련을 한다. 한 번에 드는 돈이 9만 달러(한화 약 9,860만 원) 가량이라고 한다.

    여기에 이지스 순양함과 이지스 구축함 등의 운영유지비, 보수비용, 80여 대 탑재기의 유지비용, 관련자 급여 등을 더한 ‘항모 강습단’의 하루 운영비는 250만 달러(한화 약 27억 4,000만 원), 1년이면 9억 1,250만 달러(한화 약 9,996억 원)에 달한다.

    2017년 10월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한반도 주변에 온 美항모 강습단은 모두 3개였다. 이들이 한국 해군과 합동훈련을 실시한 것은 닷새 남짓이지만 한반도 근해에는 거의 한 달 가까이 머물다 돌아갔다. 이때 소요된 비용을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한화 2,500억 원 가량이 된다.
  • ▲ 괌 상공을 저공비행하는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와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 편대. ⓒ美공군 공개사진.
    ▲ 괌 상공을 저공비행하는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와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 편대. ⓒ美공군 공개사진.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견제하기 위해 한반도에 종종 오는 ‘오하이오’ 급 핵추진 전략 잠수함(SSBN)의 경우 ‘전미과학자협회(FAS)’의 1996 회계연도 자료와 호주 언론 ‘커리어 메일’의 2011년 10월 보도에 따르면 연간 5,000만 달러(한화 약 547억 7,000만 원) 가량이다. ‘오하이오’ 급 잠수함은 항상 바닷속에 있지만 한반도에 와서 연합훈련을 하고 본래 임무 지역으로 돌아가는 데 보통 2주에서 3주 정도 걸린다. 즉 192만 달러 내지 287만 달러(한화 약 21억 원에서 31억 4,400만 원) 가량이 든다는 말이다.

    美공군 전략자산 폭격기와 스텔스 전투기 운영비

    다음은 美공군 전략 폭격기의 1시간 비행에 소요되는 비용이다. 2013년 4월 ‘타임’지는 주요 기종의 시간당 소요 비용을 정리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B-2 스텔스 폭격기는 16만 9,313달러(한화 약 1억 8,600만 원), B-1B 랜서 폭격기는 5만 7,807달러(한화 약 6,340만 원), B-52H 스트래토포트레스 폭격기는 6만 9,708달러(한화 약 7,640만 달러)이다.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는 6만 8,362달러(한화 약 7,500만 원)가 소요된다고 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2016년 3월 기사는 소요 비용을 조금 다르게 계산됐다. 이 매체는 B-2 스텔스 폭격기는 13만 159달러(한화 약 1억 4,260만 원), B-1B 폭격기 6만 1,027달러(한화 약 6,700만 원), B-52H 폭격기 7만 388달러(한화 약 7,711만 원), F-22 스텔스 전투기는 5만 8,059달러(한화 약 6,360만 원), 그리고 F-35B 라이트닝Ⅱ 스텔스 전투기는 6만 7,550달러(한화 약 7,400만 원)가 든다고 보도했다.

    한미연합훈련 때 등장했던 전략 폭격기나 스텔스 전투기는 한반도 상공에서는 두세 번 가량, 총 10시간도 안되는 비행을 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B-2나 F-22처럼 美 본토에서 날아오는 경우에는 왕복 30시간에 가까운 비행을 해야 하고, 귀환한 뒤에는 최소 사흘에서 일주일 동안 정비를 받아야 한다. 외교 전문지 ‘포린 팔러시(FP)’는 2013년 3월 기사에서 이런 이유로 "B-2 스텔스 폭격기 2대의 한반도 출동에 소요된 비용은 556만 달러(한화 약 61억 원)이 소요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 트럼프 美대통령이 美北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한 뒤인 지난 5월 25일 주한 美대사관 앞에서 주한미군 철수 시위를 벌이는 민중민주당 당원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반미 정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럼프 美대통령이 美北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한 뒤인 지난 5월 25일 주한 美대사관 앞에서 주한미군 철수 시위를 벌이는 민중민주당 당원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반미 정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KR·FE·UFG 3대 한미연합훈련 합쳐도 美국방예산의 0.05%

    한미연합훈련이 ‘키 리졸브(KR)’와 ‘포어 이글(FE)’,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만 있다면, 美전략자산을 동원하는 비용은 아무리 크게 잡아도 美국방예산의 0.05%에 못 미친다. 2018 회계연도 기준 미국 국방예산은 6,860억 달러(한화 751조 5,130억 원)다.  ‘헤럴드 경제’가 15일 “전·현직 군 수뇌부에 따르면, 매년 실시하는 한미연합훈련은 규모나 성격에 따라 23개이며, 이를 다시 예하 부대 단위로 세분화하면 최대 46개로 분류할 수 있다”고 보도한 내용을 고려해, 여기에 美전략자산이 투입된다고 가정해도 美국방예산의 1,00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즉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비용을 지나치게 과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