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서답으로 TV토론 일관한 후보, 불리한 질문 나오자 인이어 빼버린 당선자…
  • "후보자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그냥 1번만 내리 찍었어."

    4년 만에 열린 (6·13)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을 대한민국의 수장으로 뽑은 '촛불 민심'이 또 다시 야당에 쓰라린 참패를 안기고 말았다. 정부여당이 아닌 자유한국당에 대한 '심판론'이 여전히 표심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여당이 좋은 게 아니라 야당 하는 꼴이 보기 싫어서 '몰표'를 던졌다는 시민들. 실제로 "후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고 무조건 1번만 찍었다"는 50~60대 유권자들이 상당했다. 서울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60대 남성은 취재진에게 "선거 전부터 후보들에 대한 잘잘못이 연일 기사화됐지만 그것과는 상관 없이 자유한국당 만큼은 절대 안된다는 생각으로 투표에 임했다"고 털어놨다.

    온라인상에선 이런 얘기도 파다하게 떠돌고 있다. OOO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물론 OOO에 해당되는 후보는 복수의 인물이다. 지난 한 달 여간 특정 후보들의 도덕성 논란과 자질 문제가 끊임없이 매스컴을 탔다. 한 유력 정치인은 댓글 여론조작설에 휘말려 특검을 발동시켰고, 어떤 후보는 범법 행위가 사정기관에 적발돼 재판을 목전에 두고 선거를 치르기도 했다. 평소 같았으면 어림도 없을 후보들이 '문재인 후광 효과'로 당선됐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아래에 소개할 두 공직자도 선거운동 기간 끊임없이 자질 논란에 휩싸였던 분들이다. 한 분은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고, 다른 한 분은 유명 여배우와의 스캔들에 휘말려 투표 직전까지 여당을 긴장하게 만들었던 장본인이다.

    유권자들이 지켜보는 TV토론에 나와 '지역 교육 경비'와 '초중고교 규모'를 묻는 상대 후보의 질문에 "지금 시험 보러 왔느냐"고 대뜸 짜증부터 내는 후보. 당선이 확정된 직후 한 지상파 방송과의 라이브 인터뷰에서 불리한 질문이 나오자 "잘 안들린다"며 '인이어'를 빼버린 당선자. 두 사람이야말로 문 대통령에게 진정으로 감사해야 할 당사자가 아닐 듯 싶다.

    다음은 지난 4일 MBC에서 방송된 제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천안시장 후보자(더불어민주당 구본영 / 자유한국당 박상돈) 토론회 주요 발언.
  • 사회자 : 구본영 후보께서 '주도권 토론' 진행하실 시간입니다. 5분입니다. 질문하세요.

    구본영 : 음…. (시간 계속 흐름)

    사회자 : 질문하셔야 됩니다. 박후보께 질문해주십시오. 개별 질문에 대한 반론있으십니까? 구 후보님 혹시 질문이나 반론 있으십니까?

    구본영 : 아, 제가요? 제가 또 반론하는 건가요? 우리 저….

    사회자 : 시간이 다 지났기 때문에…. 구 후보께서 여러 생각이 있으신데, 여기에 대한 박상돈 후보의 답변 겸 발언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중략)

    박상돈 : 천안에 초중고 학교 수가, 또 학생 수가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구본영 : 지금 여기 시험 보러 왔어요? 시험 보러 왔냐고요?

    박상돈 : 시험 보는 겸 하는 거죠. 시민들 앞에서요.

    구본영 : 계속 말씀해보세요.

    박상돈 : 그리고 교육경비 규모가, 우리 지방세액의 몇% 범위 내에서 지원되는지 아십니까?

    구본영 : 계속 얘기하세요.

    박상돈 : 5% 범위 내에서 지원하거든요. 실질적으로는. 후보님은 그동안 얼마나 지원하셨어요?

    구본영 : 아니 그러니까 계속 얘기하시라니까.

    (중략)

    박상돈 : 구본영 후보는 천안시 공무원들을 질책하셨고, 청렴도 향상을 주문하셨습니다. 정작 구본영 후보는 최근 2천만원 뇌물수수 혐의를 비롯해서 몇 개 범죄 혐의로 6월 20일 재판을 앞두고 있어요.

    우선 재판을 앞두고 있는 처지에서 천안시 공무원들에게 청렴도 향상을 주문할 경우 영이 안설 것 같습니다. 과연 천안시의 청렴도 향상을 시킬수 있다는 건지 그 내용을 밝혀주시겠습니까?

    구본영 : 우리 공무원들이 만들어서 주는 아...주민? 공무원들이 주는 상이 있습니다. 잠깐 이게 뭐 하다 보니까 말이 너무 저기 돼서 저기 됐습니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뒤적뒤적)

    사회자 : 네 준비되시는대로 하실 수 있습니다.

    다음은 지난 13일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당선인과 MBC와의 인터뷰.
  • 아나운서 : 성남시장에서 인구 1300만의 경기도 도정을 책임지는 지사로 점프하셨는데, 소감 부탁드립니다.

    이재명 :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공직자의 삶은 개인의 삶과는 다르게 많은 사람과 관계돼있기 때문에 1300만 국민들의 삶을 책임진다는 책임감이 듭니다.

    아나운서 : 선거 막판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는데, 앞으로 도지사가 되시면….

    이재명 : 네 감사합니다. 잘 안 들리는데요,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인이어 빼 버림)

    아나운서 : 앞으로….

    이재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