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핵협정 탈퇴①]美北정상회담서 ‘PVID 비핵화’ 요구 강해질 듯
  • ▲ 이란핵협정 탈퇴를 선언하는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美백악관 유튜브 채널 캡쳐.
    ▲ 이란핵협정 탈퇴를 선언하는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美백악관 유튜브 채널 캡쳐.
    미국을 양분한 이란핵협정 탈퇴 성명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2시(현지시간) ‘이란핵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미국의 ‘불량국가 비핵화’ 전략에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당장에는 김정은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등 美주요 언론들은 물론 세계 언론들도 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했다.

    美정치전문지 ‘더 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정부 2기였던 2015년에 협상을 통해 체결한 협정에 대해 더 이상 낙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됐다”며 이란핵협정 탈퇴 소식을 전했다.

    ‘더 힐’ 등 美언론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오바마 정부 때 고위층 인사를 비롯해 민주당을 중심으로 이란핵협정 탈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핵협정 체제의 성공을 홍보하며 세계 각국을 돌던 존 케리 前국무장관뿐만 아니라 버락 오바마 前대통령, 조 바이든 前부통령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핵협정 탈퇴를 비판하며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특히 조 바이든 前부통령은 “미국이 이란핵협정 체제에서 탈퇴한다면 주류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것은 물론 미국의 리더십과 신뢰가 약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반면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과 ‘미국 우선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란핵협정 탈퇴가 “누구도 더 이상 미국을 향해 공갈협박을 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지지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특히 마이크 폼페오 美국무장관이나 존 볼턴 美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은 이란핵협정 탈퇴의 당위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 ▲ 트럼프 美대통령의 이란핵협정 탈퇴 이후 이란 정부의 반응을 전하는 美MSNBC 뉴스. ⓒ美MSNBC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 트럼프 美대통령의 이란핵협정 탈퇴 이후 이란 정부의 반응을 전하는 美MSNBC 뉴스. ⓒ美MSNBC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유럽·유엔 “우려” 러시아 “실망” 이란 “협정 잔류” 사우디·이스라엘 “환영”

    국제사회의 반응도 크게 갈렸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은 “우려한다”는 뜻을 나타냈고, 러시아는 “트럼프의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이 떠나도 우리는 협정 체제에 남겠다”고 밝혔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은 “협정 탈퇴와 제재 재개를 환영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美‘더 힐’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핵협정 탈퇴를 결정하기 전부터 이를 ‘일방적이고 끔찍한 거래’라고 불렀다”면서 “이란핵협정에 서명한 영국, 프랑스, 독일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형태로든 협정 체제에 남아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 미국을 찾은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英외무장관 등은 어떻게든 미국이 이란핵협정에서 탈퇴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모든 권유를 뿌리치는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었다.

    美‘더 힐’은 “마크롱 대통령, 메르켈 총리, 테레사 메이 英총리는 얼마 뒤 (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 결정에 대해) 안타까움과 우려를 표한다는 공동성명을 내놨다”면서 “프랑스, 독일, 영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막으려 이란에게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하레츠’의 속보에 따르면, 프랑스, 독일, 영국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에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9일 오전 3시(현지시간) “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내놨다고 한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효과적인 이란핵협정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한 것에 실망했다”면서 “러시아는 미국이 없어도 이란과 함께 앞으로 관련 협정을 이행하고 양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최근 러시아 정부와 밀월 관계를 이어가는 터키 에르도안 정부는 “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가 중동 지역 불안정을 초래해 새로운 분쟁을 일으킬 것”이라며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고 한다.

    반면 이스라엘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핵협정 탈퇴는 용기있는 결단”이라고 추켜 세웠고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또한 “이란은 경제적 수익을 탄도미사일 개발 등에 사용함으로써 중동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면서 “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와 이란에 대한 제재 재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 ▲ 지난 7일 中다롄에서 시진핑 中국가주석과 만난 김정은. 혹시 미국의 이란핵합의 탈퇴 결정을 보고 놀라서 간 것은 아닐까. ⓒ中CCTV 관련보도 캡쳐-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7일 中다롄에서 시진핑 中국가주석과 만난 김정은. 혹시 미국의 이란핵합의 탈퇴 결정을 보고 놀라서 간 것은 아닐까. ⓒ中CCTV 관련보도 캡쳐-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럼프의 이란핵협정 탈퇴 다음 순서 “김정은, 봤지?”

    트럼프 美대통령의 이란핵협정 탈퇴 선언 이후 세계 주요 언론과 정부는 다양한 분석과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내용은 ‘이란핵협정 탈퇴가 북한 비핵화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하는 주제다.

    트럼프 美대통령이 이란핵협정 탈퇴를 예고한 뒤 CNN, BBC 등 세계 주요 언론들은 “미국이 이란,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들에게 요구하는 비핵화 기준이 같아질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을 전했다. 해외 싱크탱크들 또한 트럼프 美대통령의 이란핵협정 탈퇴 선언이 조만간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美北정상회담과 연관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정부에게 중국, 러시아는 장기적인 전략을 토대로 협상과 압박을 번갈아 가며 사용해서 국익을 실현해야 할 상대지만 미국에게 도움은 전혀 되지 않으면서 국제질서를 교란하는 이란, 북한, 시리아는 강하게 압박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핵무기 시설 폐기 유예, 2030년 일몰 조항, 탄도미사일 개발 제외와 같은 허점을 가진 이란핵협정을 그대로 놔두면 북한 비핵화 협상, 시리아 대량살상무기 제거 등을 추진함에 있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란 문제도 북한, 시리아처럼 원점으로 되돌렸다는 분석이다.

    이란핵협정을 탈퇴한 미국은 5월 말 또는 6월에 열릴 예정인 美北정상회담에서 북한에게 “더 이상의 예외가 없는 것은 봤을 것”이라며 ‘PVID(영원히, 검증 가능하게, 즉각적인 비핵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한미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지난 7일 중국 다롄을 급하게 찾은 이유가 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로 인한 우려와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시진핑을 찾아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이란핵협정 탈퇴를 통해 美北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게 “피할 곳은 없다”며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김정은과의 협상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란과 시리아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을 PVID 원칙에 따라 폐기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이란, 시리아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이들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역량, 즉 과학자와 기술자들의 인도 또는 연구분야 전환까지도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