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년만에 가쓰라·테프트 밀약이 재현될 것인가.
  •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은 길

    ‘판문점 평화 쑈’로 우리는 개·돼지가 될 것이며
    113년만에 가쓰라·테프트 밀약이 재현될 것인가.
    미군의 진짜 속성은 다르다.
    썩고 병든 나라가 다시 설 수 있는 제언

    이동욱 / 객원 논설위원

    막이 오르면 지구촌을 뒤흔드는 ‘판문점 평화의 쑈’가 벌어질 것이다.
    4월27일, 문재인과 김정은의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리고
    임종석은 DMZ에 거치된 중화기를 철수시킨 뒤 “무기를 녹여 쟁기를 만들었다“며 평화 이벤트를 할 것이다. 어쩌면 이벤트의 종결자 탁현민의 지휘로 정말 기관포를 녹여 농기구로 만들어 전시할 지도 모른다.
    1989년에 임수경을 밀입북시켜 김일성과 만나는 이벤트를 주도했던 임종석으로서는 이보다 더 감회가 큰 성취는 없을 것이다.
    김정은은 대성산의 혁명열사릉과 신미리의 애국열사릉에 잠자던 공산혁명의 혼들이 공화국 건국의 아버지 김일성의 원을 풀기 위해 손자인 자신을 도왔다고 감격할 것이다. 해외 좌익 언론들도 대서특필하며 김정은과 문재인의 인터뷰 기사로 도배할 것이다. 프랑스 좌파 신문 르몽드는 김정은 띄우기 특집을 기획하며 그가 유학했던 스위스로 특파원을 보낼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곡사포로 고모부를 처형시킨 사실은 인류의 기억에서 잠시 사라져 버릴 것이다.

    좌익들로 점령된 우리나라 공영방송사부터 ‘평화 기원 DMZ 걷기 대회’, ‘평화 기원 DMZ 마라톤 대회’
    ‘평화 기원 DMZ 횡단 대회’ 등등 희한한 쑈들이 열릴 것은 제 2막에서부터다. 언론사들은 DMZ 생태계 특집을 위해 사진자료를 끌어 모을 것이다. 이쯤 되면 미국의 이익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희생할 수 있는 트럼프는 자국을 위협하는 북핵문제를 손 안대고 코 풀고,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길로 갈 것이다.

    제3막은 한 달쯤 뒤 열릴 미북회담이다.
    그 자리에서 김정은은 미군 철수 문제를 입 밖에도 꺼내지 않을 것이며, 그런 속내를 아는 트럼프는 김정은의 제안에 속아줄 것이다. 이제 서로는 어느 정도 속을 안다. 북한은 미국에게 핵미사일을 쏠 생각이 없고, 미국은 북한을 폭격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북한은 남조선을 먹고 싶어 하며, 미국은 사드 배치도 못하는 골치 아픈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싶어 함을. 그렇게 하면서 휴전이 종전으로 뒤집어 질 것이다. 다시 한 번 세계적인 이벤트가 열리고.

    ‘코리아 패싱’은 113년 전에도 일어났었다.
    러일전쟁 당시 일본에 7억 엔의 전비를 지원했던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이듬해인 1905년 7월29일 <가쓰라· 테프트 밀약>을 맺었다. 일본의 조선 지배를 묵인하는 대신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상호묵인하는 내용으로. 그리고 루즈벨트는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어쩌면 이번 이벤트로 트럼프와 문재인과 김정은은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하게 될 지도 모른다.

    댓글을 업으로 삼는 자들이 대뇌피질 세포수가 절대 부족한 ‘문빠들’을 동원해 연일 언론과 포털에
    ‘따, 역따’를 작업하며 여론을 호도하는 사이, 익숙한 이름들의 시민단체들과 생전 처음 들어보는 시민단체들이 우후죽순 튀어나와 ‘미군철수’를 합창해댈 것이다.
    트럼프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일본과 인도를 잇는 해상방위선만 지켜도 엄청난 이득이요, 재선을 보장받을 만한 기회라 여길 것이다. 북한도 아니고 동맹국인 한국이 미군철수를 그토록 요청하는 데서야 동맹국의 바람을 모른 채 할 수 없지 않는가.

    빤히 보이는 길이 이러한 데 드루킹과 엮인 김경수 의원이 물러날 리 없다. 댓글공작보다 더 큰 이벤트가 폭발할 텐데 ‘존나 버티면’, 그러니까 ‘존버 정신’으로 개기면 된다고 보는 것이다. 대 놓고 ‘낮은 연방제’를 하겠다고 선언한 대통령에게 무엇 하나 제대로 반격하지 못한 제1야당은 이제나 저제나 여당의 실각으로 자신들의 입에 감이 떨어질 날만 기다리는 중이다. 이들에게 국민은 그야말로 ‘개 돼지’나 다름없을 지도 모른다.

    미군의 진짜 속성

    필자는 미군에 2년 동안 배속되어 근무하던 중 수색소대(Scout Platoon)에 자원해 들어가서 석 달 동안 DMZ 수색정찰과 매복작전을 함께 한 경험이 있다. 그 때 그들은 우리와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그들은 북괴군을 무찌르기 위해 주둔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군과 북괴군의 충돌을 막기 위해 주둔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강력한 무기체계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희한하게 우리보다 더 북괴군을 두려워하고 조심스러워 했다. 사격할 상황이 오면 오히려 한국군인 나를 제지했다. 무엇이 이들에게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든 것인지가 필자의 연구대상이었다. 그리고 훗날 나는 미군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북한은 월남전 이상으로 큰 트라우마였다. 50년 7월초 한국에 참전하기 시작한 미군들은 개전 초기에 스미스 부대부터 박살났었다. 개중에 포로로 잡힌 미군들은 서울 시내에서 반전 플래카드를 들고 군중 앞에 행진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 해 연말엔 세계 최강이라는 미 해병 1사단 1만 4천여 명이 중공군 7개 사단과 만나 4천여 명 전사, 7천여 명 부상이란 상처를 입으며 겨우 철수하는 경험을 가졌다. 휴전회담에서도 북한은 미군을 갖고 놀다시피 했다. 심리적 우위에 있었던 것이다.

    휴전 후에도 미 2사단이 지키던 서부전선은 남파 공작원들의 공식 루트나 다름없었다.
    미군이 가능한 교전하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은 공작원들 사이에선 상식이었다.
    1968년 1월21일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를 기습했을 때 한국군은 북침 준비를 했었다. 미국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틀 뒤 미군 정보함 푸에블로호가 납북되자 미국의 태도가 돌변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북침의지를 잠재우려 애쓰면서 미국은 납북된 함정의 선장과 선원들을 돌려받는 회담에 몰두했다. 당시 언론은 오늘날처럼, 미국의 북폭을 예상하며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는 사이에 미국은 비공개 사과문을 써 주고 포로들을 송환받았다. 1976년 8월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내에서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감독하던 미군 장교 2명을 북괴군은 도끼로 살해했다. 그래도 미국은 북한을 때리지 못했다. 두려운 것이다.

    북한은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이용해 왔다.
    지구상에서 최강대국 미국을 가장 우습게 보는 북한은 그런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을 만나면 이 사실을 확인해 보라. 그들은 미국을 두려워 한 적이 없다. 항상 얕보게 교육받아 왔다. 마치 우리가 일본을 우습게 보듯이.

    그런 미국이 한국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딱 한가지일 때였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북진하겠다고 나설 때만 그랬다. 미국은 모든 자원을 동원해 한국 정부를 달래주었다. 1.21 사태 이후 미국이 푸에블로호 사건에 매달리자 한국 정부는 독자적인 작전을 계획했다. 당시 존슨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을 달래기 위해 한국군 무기 현대화에 사인을 했다. 덕분에 우리가 M-16 공장을 세우고 당시 세계 최강의 전폭기 F-4D를 도입하고 KIST와 원자력발전소를 세울 수 있었다.   

    작금의 미군은 한국군을 도울 수 없다. 돕고 싶어도 도움 받을 수준이 못되기 때문이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이는 한국군의 실력, 한미합동훈련은 겉모습일 뿐이다. 내부는 분기탱천한 군인들의 집단이 아니라 대기업보다 못한 기업체 직원들의 모임과 유사하다. 상급자로 진급해 갈수록 군인다운 군인은 제외되고 충효정신에 입각한 말 잘 듣는 문관형 장교로 가득하다.
    합동작전을 기획하면 정보가 공유되어야 하는데, 현재 한국의 정보기관은 국정원은 물론이고 기무사까지 모조리 반신불수가 됐다. 정보를 조금 공유하다보면 어느새 적국으로 넘어가 버린다. 이러니 어떻게 공동작전을 펼 수 있겠는가. 더구나 한국군 내부에 이념적으로 다른 장교와 병사들이 새록새록 자라고 있는데 말이다.

    이렇게 썩고 병든 나라가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1960년 당시 우리나라가 이 정도로 썩고 병들었을 때였다. 그 때는 10여 년 동안 육성된 군인집단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집단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어려움과 불가능은 다르다.

    필자는 1996년 당시 해군의 충주함을 타고 블라디보스톡을 방문하던 기자로서 송영무 대령과 함께 한 적이 있었다. 기억하기로 그는 기자를 감동시킨 진짜 군인 이었다. 그런 그가 오늘날 국방부 장관이 됐다. 그는 자신의 가문을 자랑스럽게 여겼고 자신의 직업을 명예롭게 생각했으며 북한의 공격에 두려움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월남의 마지막 국방장관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그런 그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실에 몸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그런 그가 정치권력에 녹아나 나라를 적국에 넘기는 정권의 장관으로 역사에 기록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송영무 장관이 제대로 된 군인이라면 그는 사직서를 내고 나와야 한다.
    얼치기 안보 전문가 문정인에게 억눌리며 얼굴마담으로 재직한다는 것은 가문의 수치요, 60만 장병들의 명예 훼손이다. 그게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일단 그런 소극적 저항부터 시작하는 길이 침몰 직전의 대한민국호를 구하는 길이라고 본다.

    작금의 현실에서 모든 언론사와 포털들도 어렵지만 가능한 길이 있다.
    모든 댓글 창을 당분간 닫아 버리는 길이다. 뉴데일리처럼 댓글 창을 무용지물로 만들어야 한다.
    좌익들이 댓글을 조작해 여론을 호도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걸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침몰에 동조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언제는 댓글 창이 없어서 언론사가 굶어 죽었나? 포털도 마찬가지 아닌가?
    구글 등 해외 검색사이트들은 댓글 자체가 없다. 돈벌이에 눈이 먼 ‘네이버’와 ‘다음’은 그런 점에서 여론조작에 일조한 책임이 있다. 대한민국이 안정화될 때까지는 좌익들이 기생하는 댓글창을 닫아 버려야 한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는가.

    우파 시민단체들은 기회주의적인 보수의 탈을 벋어 던지고 진보 우파로 거듭나야 한다.
    전투서열(O/B · oder of battle)이란 개념이 있다. 양 측의 동일 계급끼리 비교하는 개념이다.
    지금 좌파들의 수장들은 연령대가 50대 안팎이다. 투쟁 경력들이 짱짱하다. 그 윗세대는 그들 나름의 일거리를 찾아 후진들을 지원한다. 탁현민은 통혁당 신영복의 3대 제자로 알려져 있다. 저들은 몇 대에 걸쳐 조직과 후진을 양성하고 지원하고 키워간다. 

    그런데 보수 우파의 수장들은 70대 이상이다. 투쟁경력은 국회나 신문지상에서의 권력투쟁이 전부다.
    양성한 조직은커녕 제자나 후배가 거의 전무하다. 이거 뭐하자는 것인가. SNS와 정치전쟁의 전략전술도 제대로 모르면서 의사결정권을 쥐고 앉았으니 현재로서는 우파가 어떤 단체를 새로 출범시키던 좌익과의 싸움에 희망은 없다.
    당신네들은 그동안 잘 먹고 잘 지냈고 온갖 상과 훈장까지 다 차고앉았지 않는가. 이제 그만 젊은 우파들에게 자리를 내 주고 뒤에서 물심양면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가뜩이나 우파들은 김영삼 정권 이래로 굶주려 왔다. 활동비 조달 자체가 절벽이다.
    당신네들의 전투서열을 좌익들과 한번 비교해 보라. 당신네들과 비슷한 연령대의 좌익들이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자금을 끌어들여 양성하고 육성해 왔는지를. 한 번도 안 해본 양보이고 희생이며 헌신이라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불가능하지는 않다.

    어려움과 불가능은 다르다. 나라를 한 번 잃으면 다시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

    <이동욱 / 전 조선일보 기자, 작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