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과 감사원 국장 의혹을 감사원이? 김기식 검증 논란 이어 靑 셀프 검증 도마 위
  • 굳게 닫혀있는 청와대. ⓒ뉴데일리 DB
    ▲ 굳게 닫혀있는 청와대. ⓒ뉴데일리 DB
    청와대 관계자가 20일 홍일표 청와대 정책실 선임행정관의 부인인 장 모씨가 한미연구소에 보낸 메일과 관련 "감사원이 조사한다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씨가 감사원 국장급인데다 홍일표 행정관이 청와대 소속이어서 감사원의 판단을 맡기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이 관계자는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입장은 전날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이 홍일표 행정관 부인의 이메일을 공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르면, 홍 행정관의 부인은 지난해 1월 28일 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측에 방문연구원을 신청하면서 "남편과 김기식 전 의원은 귀하의 기관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김 전 의원의 행동이 연구소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면, 남편이 이를 중재(mediator) 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장씨는 이메일에서 "나를 뽑아주면 감사원이 의미 있는 결정으로 받아들이고 장차 감사원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가 교류를 시작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연구소를 공격하던 남편 측을 활용해 자신의 이익을 달성한 행위는 공직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행위로, 국내에서 발생했다면 권력남용이라고 볼 수 있다"며 "전형적인 갑질이자 지위를 이용한 강요"라고 못박았다.

    이는 일전에 내놓은 청와대의 해명과는 거리가 있다. 청와대는 같은 달 9일 최근 홍 행정관의 부인인 장씨가 한미연구소의 방문연구원으로 선정되는 과정에 의혹을 제기한 언론 보도에 대해 "확인 결과 정당하게 국가 비용으로 연구를 다녀왔다"고 해명했다.

    특히 청와대는 당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홍 행정관의 부인이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동안 존스홉킨스대에서 국비로 연수를 한 과정에서 홍 행정관이 한미연구소 구재회 소장과 한 차례 통화를 한 사실에 대해서는 "기사 구성이나 내용을 보면 행정관에 불과한 홍일표가 조윤제 주미대사는 물론 장하성 정책실장까지 움직인 꼴이 되고 만다"고 비난했다. 특정 언론사(조선일보)를 지목해 "쓸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까지했다.

    결국 청와대가 스스로 해명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장씨가 국장으로 있는 감사원의 감찰을 통해 '셀프검증'을 시도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는 지난 9일에도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출장 논란에 대해 조국 민정수석이 "해외 출장 건들은 모두 공적인 것으로 이뤄진 것이며 적법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아가 청와대의 해명과 달리 홍 행정관의 부인이 한미연구소의 방문연구원으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김기식 원장과 홍 행정관의 이름을 거론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미연구소 논란도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청와대는 앞서 지난 7일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한미연구소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키로 한 것과 관련 논란이 일자 "USKI를 다녀온 유력 정치인이나 언론인들이 바람막이가 돼서 엄청난 압력을 국회에 넣어온 게 지난 역사"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는 청와대가 보수성향의 구재회 한미연구소 소장의 교체를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한 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