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전직 임원 "비자금으로 MB 당선축하금 전달" 폭로오리온 측 "금전을 요구 받은 적도, 전달한 사실도 없어"
  • 지난 16일은 피디 출신 최승호 사장이 공영방송 MBC의 '사장'으로 취임한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에 자축이라도 하듯, MBC뉴스데스크는 이날 두 개의 '단독 보도'를 냈다. 먼저 뉴스데스크는 『"오리온 그룹, MB 측에 당선축하금 1억원 전달"』이라는 제하의 보도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는 이미 20개에 달하는데,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던 혐의가 추가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운을 띄운 뒤 "오리온 그룹이 지난 2008년 이 전 대통령 취임 이후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거액을 건넸다는 증언을 MBC가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오리온 그룹, MB 측에 당선축하금 1억원 전달"

    뉴스데스크는 "오리온의 한 전직 임원 A씨가 '이 전 대통령 쪽에서 요구가 먼저 있었고 그래서 사장이 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으며 자신이 돈을 직접 누군가에게 건넸다'고 밝혔다"면서 "지난 2008년 4월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거액의 당선축하금을 전달한 사실을 털어놨다"고 보도했다.

    "이화경 사장이 저한테 자기가 다니는 어떤 병원이 있다. 그 병원에 (이명박) 대통령께서 자주 다니시는데 거기에 그 의사를 통해서 당선축하금을 전달하라고 하니 갖다줘라…"


    뉴스데스크는 "당선축하금 전달을 지시한 이화경 사장은 오리온 그룹 담철곤 회장의 부인이자 창업주의 딸로 사실상 그룹 오너인 인물이었다"며 "A씨는 '이화경 사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시점이 대선 직후인 2007년 12월 말이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1억 이상. 5단위(5억 원) 10단위인(10억 원) 이 정도였을 것 같은데. 제가 (이화경 사장한테) 우리는 그런 규모가 안 됩니다. 지금 현재 마련할 수도 없고 갑자기…"

    뉴스데스크는 "A씨는 이화경 사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처음 요구받았던 당선축하금의 규모는 전달된 돈보다 훨씬 더 컸다고 밝혔다"면서 "그룹 사정상 거액의 목돈을 만들어내기엔 시간이 촉박하고 방법도 마땅치 않다고 말하자, 이화경 사장이 다음날 다시 전화를 걸어와 일단 1억원만 주기로 합의됐다고 말했었다"는 A씨의 주장을 가감없이 전했다.

    뉴스데스크는 "그 이후 A씨는 몇 달에 걸쳐 임원들 월급에서 조금씩 돈을 떼내는 방식으로 1만원권 현금으로 1억원을 만들었다"며 "이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4월 어느 날, A씨는 퇴근길에 김 원장의 병원을 찾아가 1만원권 1만장이 담긴 '과자 상자'를 직접 전달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뉴스데스크는 "돈을 전달받은 것으로 지목된 병원장은 지난 2011년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나경원 후보의 고액 피부과 이용 논란이 제기돼 유명세를 탔던 병원장 김모씨였다"고 밝힌 뒤 "A씨는 지난 2010년에도 오리온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 원의 돈을 김 원장에게 건넸다고 밝혔다"는 사실을 덧붙였다.

    '당선축하금 전달' 자백하자 검찰에서 덮었다?

    이 리포트의 핵심은 오리온그룹의 한 전직 임원이 '그룹 오너'의 지시를 받고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거액의 '당선축하금'을 건넨 사실이 있다고 폭로했다는 점이다. 앞서 뉴스데스크가 언급한 것처럼 이 임원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지금껏 나오지 않았던 혐의가 추가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항후 정가에 '메가톤급 충격'을 안길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그런데 해당 리포트에는 A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시종 일관 A씨의 주장만 나열돼 있을 뿐, 이를 거들거나 동조하는 인물조차 등장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울분에 찬 A씨의 인터뷰만 달랑 소개된, 균형감을 상실한 보도였던 것. 이어진 두 번째 꼭지도 마찬가지였다.

    뉴스데스크는 곧바로 『"자백받고도 조서에서 삭제…검찰이 덮었다"』는 제하의 리포트에서 "전직 오리온 그룹 임원은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 시절 검찰 조사 때 당선축하금을 전달한 사실을 다 털어놨으나, 검사가 그런 진술 내용을 조서에서 빼자고 먼저 제안했었다"며 당시 검찰이 피의자 A씨로부터 자백을 받고도 조서에서 삭제했다는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난 '(돈 전달을) 지시받은 것이 1억이 있고, 그다음 세무조사 무마용으로 2억을 전달했다'라고 했더니, '알았다' 하더니 조금 있다가 당선축하금에 대해서는 뭐 딱 중단하고, 수사를 재개했는데 그때는 2010년도에 세무조사 무마했던 그 비용에 대해서만 조서를 꾸미더라고요. (검사가) '진술서에 당선축하금이라는 말은 뺍니다' 그래서 '그러십시오' 그러고 말았죠. 이명박이라는 이름도 뺐고, 그 용처도 뺐고, 그냥 '전달했다'라는 것만 되어 있지 다 빼 버렸던 거죠."


    뉴스데스크는 "당시 현직 대통령의 당선축하금과 세무조사 무마 의혹에 대해 검찰이 핵심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하고도 이를 덮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라며 A씨의 일방적인 주장을 다시 한 번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렇다할 '증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뉴스데스크는 리포트 초반, "당선축하금 전달 의혹을 검찰에서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고 단정지으면서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A씨가 이러이러한 주장을 했다'는 인터뷰 내용만 가득했다.

    두 꼭지 모두 지나치게 한쪽으로만 '무게중심'이 쏠린 기사들이었다. 탐사보도라 하기엔 깊이가 없었고, 균형감 있는 보도라고 말하기엔 상대방 측 반론 분량이 너무 적었다. 실제로 첫 번째 기사에는 사실 관계를 부인하는 오리온 측의 입장이 한 마디 실렸고, 두 번째 기사에는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 측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단 한 줄의 반론조차 실리지 않았다.

    이화경 부회장과의 '통화 파일'이 결정적 증거?

    시리즈 기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세 번째 보도는 이튿날 오후에 타전됐다. MBC뉴스는 『"'당선축하금' 이화경 부회장 지시" 통화 파일 입수』라는 제하의 보도에서 "오리온 그룹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전달했다는 당선 축하금 1억원은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 당시 사장의 지시로 이뤄졌음을 뒷받침하는 음성통화 파일을 단독 입수했다"며 6년 전, 전직 임원 A씨와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 사이의 전화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A씨 : "다른 것들은 전부 우리가 용처를 다 밝힐 수가 있는데."

    이화경 부회장 : "예."

    A씨 : "두 가지를 밝힐 수가 없는 게 있어요. 근데 공교롭게도 두 가지가 삼, 3개(3억) 3개(3억)야."

    이화경 부회장 : "예, 예."


    MBC뉴스는 "이 대화는 오리온 그룹의 비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2012년 이뤄진 통화 내용"이라며 "그룹 비자금의 사용처 가운데 '밝힐 수 없는 내역이 있다'는 대화가 오가는데, 이 두 가지 '3억원' 중 하나는 2008년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병원장 김모씨를 통해 전달됐다는 1억 원과 2010년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건네진 2억원을 합쳐 언급한 걸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또 MBC뉴스는 "이 전 대통령 측에 건네졌다는 1억원의 경우, 이 부회장이 전달을 지시했고, A씨가 실행에 옮겼음을 시사하는 대목도 이어진다"며 "건네졌다는 돈의 성격은 사실상의 '당선 축하금'으로 표현되고, 돈 전달의 통로 역할을 했다는 병원장 김씨에 대한 입막음 대책까지 논의됐다"고 밝혔다.

    A씨 :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있어요. 첫 번째는 선거 끝나자마자 사장님이 저한테 '가서 이렇게 전달해라' 한 적이 한번 있고."

    이화경 : "그게 얼마야?"

    A씨 : "그때가 한 개(1억 원)일 거예요."

    이화경 : "한 개."

    A씨 : "한 개(1억 원)를 사장님(이화경 부회장)이 저한테 이렇게 해서 이렇게 요구를 하니 이런 용도로 뭐 어쩌고저쩌고…."

    이화경 : "그랬잖아."

    A씨 : "'대선축하자금 어쩌고저쩌고하면서 갖다 주라' 하면서 한 적이 있고."

    이화경 : "네."

    이번에도 통화 파일을 제보한 장본인은 A씨였다. A씨가 오래 전 이화경 부회장과 나눴던 통화 녹음본을 건네 받은 MBC뉴스는 "'건네졌다'는 돈의 성격이 사실상 당선축하금으로 표현된다"며 해당 대화가 이화경 부회장이 자신의 행위를 자인한 결정적인 증거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대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대선축하자금'이라는 말을 꺼낸 사람은 A씨 혼자였다. 이 부회장은 과거의 기억들을 하나씩 되짚어 보는 A씨의 말에 대부분 "예"라는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얼핏봐도 원하는 대답을 얻어내기 위해 A씨가 의도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MBC뉴스는 "이 부회장이 전달을 지시했고, A씨가 실행에 옮겼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돈의 성격은 사실상 당선 축하금으로 표현된다"라는 자의적 해석을 곁들이며 A씨가 제보한 녹취록이 해당 의혹을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임을 거듭 강조했다.

    취재원이 오리온 전직 임원 한 명?

    결과적으로 '오리온그룹의 당선축하금 전달 의혹'을 제기한 MBC뉴스의 기획 보도는 한 사람의 인터뷰를 형식상 3개로 나눠 쓴 기사였다. 각본, 주연, 연출 모두 '오리온의 전직 임원'이라는 A씨가 도맡은, 일종의 투서(投書) 형식의 리포트라 할 수 있다.

    마치 미투(#MeToo) 폭로처럼 각종 비리를 고발하는 '투서'는 파괴력은 강할 수 있으나, 팩트 체킹이 힘들다는 점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전파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MBC뉴스가 보도한 리포트는 나름 '기사 형식'은 갖추고 있으나 ▲취재원이 달랑 한 명에 불과하고 ▲어느 한 사람의 선입견과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으며 ▲반론권이 거의 보장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공정보도'라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미투 고백'은 투서 형식이긴하나, 폭로자가 스스로 신원을 밝힌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의 이름과 직업을 공개함으로써 폭로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준다는 게 미투 운동의 특징. 따라서 다소 진위 확인이 어렵다하더라도 폭로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방송에서 다루거나 기사화 되는 경우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MBC가 보도한 이 기사들은 어떤가? 유일한 증거이자 제보자인 A씨는 '전직 임원'이라는 타이틀 외엔 그 어떠한 신상도 공개되지 않았다. 신원조차 밝힐 수 없는 누군가의 일방적인 주장을 3꼭지로 나눠 연속보도하는 일은 흔치 않다. 그것도 '공정방송'을 기치로 내건 MBC뉴스에서 말이다. 애당초 일편향적인 폭로 형식으로 기사를 내보낼 요량이었으면, '화자'의 신원을 좀 더 공개해 기사의 신뢰도를 높였어야 옳았다. 그러나 MBC는 제보자의 신원도, 이를 뒷받침하는 유의미한 증거도 싣지 않은 채 '단독'이라는 타이틀로 이 기사들을 내보냈다. 상당한 자신감이 있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세무조사 무마해달라며 2억원을…"

    사실 A씨의 제보를 토대로 구성된 MBC의 관련 리포트는 수년전 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오리온 비자금 의혹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4년 전 보도된 시사저널의 기사("세무조사 무마 2억, MB 당선 축하금 3억도 오너가 지시")에 따르면, 이 사건은 2010년 오리온그룹 측이 서울 청담동의 한 피부과 원장에게 세무조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사저널은 "이 병원의 김 아무개 원장은 세무조사와 관련해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에게 "(자신이)국세청장과 친분 관계가 있으니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을 움직이면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며 돈을 받아 챙겼다"고 보도했다.

    앞서 MBC는 2008년 A씨로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당선축하금'을 전달 받은 장본인이 모 피부과의원 김모 원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A씨는 2년 뒤 오리온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원의 돈을 추가로 김 원장에게 건넸다고 MBC는 전했다. 시사저널과 MBC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김모 원장에게 당선축하금을 전달하고 세무조사 무마조로 2억원을 건넨 이는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이었다.

    "조경민 전 사장은 담회장 부부의 '금고지기'"

    비즈니스포스트에 따르면 조경민 전 사장은 80년대 초반 오리온의 전신인 동양제과에 입사, 혈혈단신으로 사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전해졌다. 과거 출가를 했던 이력 때문에 '오리온의 신돈'으로 불리기까지 했다고.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으로부터 능력을 인정 받아 담 회장의 외부조직 '에이펙스'를 이끌어온 조 전 사장은 2000년대 중반까지 담철곤 회장, 이화경 부회장과 함께 그룹 내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스포츠토토, 온미디어, 미디어플렉스 등 오리온그룹 내 15개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던 조 전 사장은 2011년 오리온그룹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담철곤 회장 부부의 '금고지기'로 세간에 알려졌다는 게 비즈니스포스트 보도의 골자.

    보도에 따르면 조 전 사장은 2006년 8월 서미갤러리 계좌로 들어온 40억 원을 빼돌려 이화경 부회장에게 전달하고 위장계열사를 통해 100억 원이 넘는 돈을 횡령해 담 회장 부부에게 제공한 혐의(횡령 및 배임)로 구속 기소됐고, 재판 결과 2012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형을 확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에도 조 전 사장은 친인척의 이름으로 여러 업체를 세운 뒤 스포츠토토 투표용지와 영수증 용지 등을 허위로 발주해 15억 7천여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다시 구속 기소됐고, 2014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월형을 선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사장이 오리온과 담 회장 부부 측에 '발톱'을 세우게 된 시기도 이무렵으로 추정된다. 2012년 그룹사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고 스톡옵션부여도 취소 당한 조 전 사장은 2016년 7월 담 회장 부부를 상대로 200억원의 약정금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조 전 사장은 1992년 회사를 떠나려고 했으나 담 회장 부부가 오리온의 전략 조직 '에이펙스'를 맡아주는 대가로 담 회장 부부가 갖고 있는 지분 상승분의 10%(약 1,500억원)를 지급하기로 약속해 남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소송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이미 피고가 서면으로 증여를 해제했고, 대표이사로서의 의무와 지분 상승분의 10%가 상호대등한 대가관계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조 전 사장의 청구를 기각했다. 현재 이 사건은 항소심에서 심리를 진행 중이며 차기 공판은 4월 5일로 예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용도로 사용됐다는 증거 없어"

    상기한 바와 같이 조 전 사장이 오리온 담철곤 회장 부부의 최측근으로 일하다 '앙숙'으로 돌아서게 된 저간의 사정은 이미 수차례 보도돼 공론화된 상태였다. 2010년 무렵 조 전 사장이 피부과의원 김모 원장에게 '수상쩍은 현금'을 건넨 사실이 검찰에 적발되면서 재판에 회부됐으나 서울고등법원이 "회사를 위한 용도로 사용됐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판결을 내린 사실도 지난 2014년 시사저널에서 보도한 바 있다.

    결국 MBC가 "A씨가(조 전 사장이) 오리온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원의 돈을 김 원장에게 건넸다고 밝혔다"고 보도한 내용은 이미 한참 전에 기사로 나온 구문(舊聞)임과 동시에 재판부에서 '돈의 성격'을 '개인용도'라고 판단한 사안이었다.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려고 마음 먹었다면, "수사 과정에서 A씨가 '세무조사 무마조'로 건넨 돈이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에선 이를 다르게 해석했다"는 판결 내용을 덧붙였어야 했다.

    해당 리포트에서 새롭게 제기된 내용은 조 전 사장이 2010년 뿐만 아니라 2008년에도 김모 원장에게 돈을 건넸고, 그 돈의 성격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전하는 '당선축하금'이라고 주장했다는 사실이다.

    지금껏 언론 보도에선 조 전 사장이 2008년 윤모 회장에게 3억원의 당선축하금을 전달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에서 이를 '개인용도'로 해석했다는 내용만 다뤄졌을 뿐, 김모 원장에게 1억원의 당선축하금을 건넸었다는 조 전 사장의 주장은 한 번도 소개된 적이 없다. 게다가 조 전 사장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1억원의 당선축하금을 건넨 사실을 자백했으나 검찰에서 이를 묵살했다는 주장도 처음 불거진 얘기였다.

    만일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 전 대통령에게 또 하나의 혐의가 추가될 수도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아쉬운 점은 MBC의 보도 행태다. MBC는 조 전 사장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충분한 증거와 이에 대한 반론을 싣지 않은 채 방송을 내보냈고, 조 전 사장이 어떠한 사정으로 오리온 측과 다툼을 벌이고 있으며 양자간 발생한 재판 결과가 어떠하다는 사실을 단 한 줄도 명기하지 않았다.

    앞서 거론한대로 조 전 사장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두 번이나 유죄 판결을 받았고, 담철곤 부부를 상대로 제기한 거액의 민사소송에서도 한 차례 패소한 인물이다. 게다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김모 원장과 윤모 회장에게 각각 '세무조사 무마용'과 '당선축하용'으로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했으나 모두 재판에서 기각됐다. 담 회장 부부를 상대로 한 200억대 약정금 청구 소송 항소심이 진행 중이긴 하나, 역대 전적으로 볼 때 '열세'에 몰려 있다는 건 자명한 사실로 보인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MBC의 꼼수?

    따라서 기사와 취재원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MBC가 '누구나 알고 있는' 인물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으리란 추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조 전 사장의 실명을 밝히고, 그의 발언을 객관화하려는 노력을 좀더 기울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오리온은 지난 17일 "보도에 등장하는 오리온 전직 고위 임원 A씨는 조경민 전 사장"이라며 "2012년 횡령·배임 등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고, 약 3년간에 걸쳐 오리온 최고경영진을 상대로 음해와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MBC가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내보낸 리포트의 제보자가 사실은 전과자이고, 오너 일가를 상대로 허위사실을 퍼뜨리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 오리온은 MBC가 교묘히 감추려고 한 A씨의 신원과 과거 전력을 까발림으로써 취재원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는 애당초 MBC가 앞뒤 관계를 자르고 성급한 보도를 함으로써 오리온 측에 '반격'의 빌미를 제공한 탓이었다.

    제보자의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오리온 측의 공식입장이 나옴에 따라, MBC 입장에선 후속 보도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차기 리포트에서 MBC가 내밀 수 있는 카드는 조 전 사장의 주장을 보완하거나 뒷받침하는 유의미한 증거를 제시하는 길 뿐이다. 그러나 오래전 재판부에서도 찾지 못한 증거를 수년이나 지난 지금에와서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리온 측에서 대대적인 법적 소송을 예고한 만큼, 조 전 사장의 발언 경위를 둘러싼 진실공방에 또 한 차례 불이 붙을 조짐이다.  

    [사진 = MBC뉴스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