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기 이사장 사퇴하면서 정부 비판 내용 담은 입장문 발표
  • ▲ 이완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 사진 뉴시스
    ▲ 이완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 사진 뉴시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정부의 방송사 장악 실태를 비판하는 내용의 ‘사퇴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정치권에 상당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여권이 새로 임명한 방문진 이사장이 폭로에 가까운 쓴 소리를 내면서, 정권의 방송 길들이기와 코드 인사가 다시 한 번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청와대가 위원장을 낙점하는 구태를 개선하지 않는 한 방송 독립은 기대할 수 없다’고 비판한 당사자는, 이완기 방송문화진흥위 이사장이다. 그는 15일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방문진 이사장과 이사로 2년 반 넘게 생활하면서 느꼈지만 방문진은 너무 진영화돼 있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그는 “방문진법에 따르면 이사장은 호선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대통령을 앞세운 청와대가 낙점해 왔고, 이사회는 요식 절차를 수행해 왔다”고 폭로했다. 이 이사장은 “오염된 현실을 방치하는 한 방송 독립과 개혁은 기대난망”이라며, 사퇴 입장문을 발표한 배경을 밝혔다.

    이완기 이사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앞뒤 안 가리고 칼을 휘두르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며, MBC 새 경영진이,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인사들을 대거 보직에서 해임하는 등 보복성 인사를 단행한 사실에 에둘러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파업 현장에 함께하지는 못했어도 MBC 재건에 진정으로 동참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완기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고영주 전 이사장 후임으로 방문진 수장이 됐다. 울산MBC 사장, 좌파성향 매체 미디어오늘 대표이사,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를 지냈으며, 김장겸 전  MBC 사장의 해임을 이끌어낸 인물이란 평가를 받았다.

    방문진 이사회는, 지난달 여권이 지영선 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을 새 이사로 추천하면서 한 차례 파열음을 냈다. 역대 방문진 이사장은, 여권이 추천한 이사 가운데 연장자가 맡았다. 이 관행에 따르면 방문진 이사장은 지영선 이사가 돼야 했다. 지영선 이사는 1949년생, 이완기 이사장은 1954년 생으로, 지영선 이사가 5살 위다. 그러나 이완기 이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연장자가 이사장직을 맡는 관행은 법률 위반이란 것이 사퇴 거부의 이유였다. 이 이사장이 자리를 고수하면서 지영선 이사는 한 달 만에 스스로 사임했다. 지영선 이사 후임으로 역시 1949년생인 김상균 전 광주MBC 사장이 선임됐지만 이완기 이사장은 자리를 지켰다.

    이 이사장이 갑자기 사퇴를 결정하자, 방송계 주변에서는 ‘지영선 전 이사에 이어 김상균 이사가 선임되자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