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무거워 형사적 측면에선 청구 가능성 높아… 수사권 갈등 표출한 문 총장의 정무적 판단 가능성도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신임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문무일 총장과 함께 걷고 있다. ⓒ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신임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문무일 총장과 함께 걷고 있다. ⓒ 청와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조만간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14일 소환 조사받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범죄 혐의를 뇌물수수 및 횡령 등으로 규정하고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수사결과를 보고했다.

    이에 따라 문 총장은 증거관계와 법리적 쟁점 등을 고려해 영장 청구를 최종 결정할 전망이다.

    형사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가능성은 어느 때 보다 높다.

    뇌물수수 금액이 110억원대에 달하고, 이 전 대통령이 이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같은 사건으로 구속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다른 피의자와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영장청구 필요성이 크다는 게 검찰의 생각이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 2명이 수감되는 초유의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청년실업 등 경제위기가 증폭되고 남북한 정상회담은 물론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무리한 영장청구를 했다가 기각될 경우 문재인 정부가 떠안을 정치적 부담도 상당해 보인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금요일 출근길인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충실히 살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문 총장은 주말에도 청사로 출근해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체적으론 영장청구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게 중론이지만, 문 총장이 정무적 판단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문 총장은 '수사권 조정'을 두고 청와대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문 총장은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된 날, 국회 사법개혁특위에 출석해 '검찰의 수사 지휘권 유지'를 강하게 주장했다.

    이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힘주는 문재인 대통령과 상반된 입장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같은 날 경찰대 임용식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경찰이 수사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도록 하는 일"이라며 "경찰이 더 큰 권한을 가질수록 전문적인 수사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미묘한 시기에 터져 나온 문 총장의 '반기(反旗)'에 특별한 언급은 피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불쾌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적폐청산에 앞장 선 검찰이 결국 토사구팽이 될 것이라는 루머가 도는 마당에 문 총장도 조직장악을 위해선 적당히 조직을 대변하는 액션도 취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문 총장이 이 이상의 반기를 들진 않을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 수사에 큰 변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검찰이 19일 영장청구를 강행하게 되면, 이르면 22일 영장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