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전교조 전임자 휴직 허용해야", 전문가들 "법치주의 위배·정치적 의도"
  •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측의 입장을 두둔하며 적극적인 구애를 보내고 있다. 

    "법외노조는 전 정부의 교육 적폐", "전임자 휴직을 허용하는 게 맞다" 등 다소 무리한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전교조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조희연 교육감의 이러한 행보는 재선을 염두한 정치적 의도이며 법치주의에도 어긋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조 교육감은 지난 5일 출간한 저서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와 관련해 "(해당 사안은) 해결해야 할 박근혜 정부의 교육계 적폐"라며 "정부가 나서서 이 적폐를 시급히 청산해야 한다"(254~255p)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지난 2013년 고용노동부로부터 해직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인정했다는 이유로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전교조는 즉각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이 사건은 전교조의 상고로 2016년 4월 대법원 배당된 뒤 현재까지 2년 가까이 계류 중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또 전교조가 지난 1일 교육부 및 각 시·도교육청에 노조전임자 33명의 휴직을 신청한 것과 관련,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전교조 전임자 휴직은 허용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2일 "전교조가 신청한 노조전임자 허가 요청을 불허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전교조와 16개 시·도 교육청에 전달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만큼, 향후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조차 "전교조는 법외노조이기 때문에 전임자를 공식 인정할 수 없다"며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상황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조희연 교육감은 일방통행이었다. 조 교육감은 이미 지난해 3월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서울 전교조 전임자 교사 2명의 휴직을 허가한 전력이 있다.

    전교조에 손을 내미는 듯한 모습은 최근 출간한 조 교육감의 저서에도 여실히 드러나 있다. 그는 책에서 "노조 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극소수의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한다는 이유로 노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한다는 교육현장을 혼란으로 몰아넣는 것이며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246~250p·2017년 3월 31일)고 강변했다.

    소송 중인 사안에 대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자는 교육부의 입장이 법치주의에 위배되지 않는 대응임에도, 법상 노조가 아닌 노조의 전임자 휴직을 인정하려는 교육감의 태도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이미 법원이 전교조를 법외노조라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전임자 휴직을 허용한다는 것은 법치주의를 흔드는 것일 뿐만 아니라 유초중등 교육을 이끄는 수장의 행동으로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뿐만 아니라 교육부가 불허했다는 것은 정부 차원에서 제시한 것인데 하부 교육기관이 이를 무시하고 반대되는 행위를 하는 것은 행정체계로도 맞지 않다"고도 했다.

    또한 조 교육감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조 교육감의 재선 출마가 확실시된 가운데, 최근 전교조에서 이성대 전교조 서울지부 대외협력실장을 서울교육감후보로 내세운 것이 껄끄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적극적으로 전교조를 감싸면서 표심을 얻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른 교육계 인사는 "조 교육감의 이러한 행동은 '교육부는 너희(전교조) 요구 안 들어주지만 나는 들어준다. 도와주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방해는 하지 말라'는 식의 메시지로 풀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희연 교육감이 손놓고 있다간 인지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이성대 측이 단일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에서 압도적 비교우위에 있는 조 교육감 입장에서는 단일화 얘기가 나오기 전에, 즉 엮이기 전에 전교조 측 후보가 스스로 물러나게 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언론에 조희연 교육감의 인터뷰가 많이 나올 것이고, 수시로 공약을 발표해 계속해서 보도되도록 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