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름, 해명 기자회견서 '눈물' 뚝뚝.."진심으로 반성한다"백철기 감독 "응원 소리 때문에 노선영과 벌어졌는지 파악 못한 듯"
  • 3명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좋은 점수가 나는 '팀추월(Team Pursuit)' 경기에서 선수들이 '개인 플레이'에 치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3분03초76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문제는 맨 마지막에 들어오는 선수의 기록이 곧 팀의 기록이 되는 팀추월에서, 두 명의 선수가 한 선수를 뒤에 남겨 두고 먼저 들어오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된 것. 앞서 들어온 선수는 김보름과 박지우, 뒤에 처진 선수는 노선영이었다.

    노선영을 상당한 격차로 따돌리고(?) 결승선을 통과한 김보름과 박지우는 방송사와의 믹스트존 간이 인터뷰에서 "(노선영의 합류로)저희가 다시 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는데, 그동안 연습을 많이 해왔지만 마지막에 (노선영과의)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아쉽게 나왔다"고 밝혔다.

    사실상 준결승 진출에 실패한 책임을 '맏언니' 노선영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문제였지만, 김보름이 인터뷰 도중 노선영을 비웃는 듯한 '썩소'를 짓는 장면이 고스란히 화면에 잡히면서 TV를 지켜보던 고국팬들의 원성을 사고 말았다.

    "중간까지 잘 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어..네..풉! (웃음) 이렇게 뒤에 (노선영 선수가)조금 저희랑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조금 아쉽게 나온 것 같아요."

    이날 경기 직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던 노선영은 밥 데용 코치의 위로를 받으며 믹스트존을 그대로 지나쳤다. 반면, 울고 있는 노선영에게 위로 한 마디 없이 휴대폰만 들여다보던 김보름과 박지우는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자 곧바로 믹스트존으로 이동했다. 누가봐도 심각한 내부 분열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김보름의 안하무인격 인터뷰는 걷잡을 수 없는 파문을 불러왔다. 늦은 밤부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김보름과 노선영의 이름이 계속 오르내렸고, 각종 온라인 게시판과 기사 댓글마다 김보름과 박지우를 맹비난하는 글들이 넘쳐났다.

    논란이 갈수록 커지자 결국 팀추월 대표팀과 김보름 등은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일련의 사태에 대한 해명과 사과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기자회견이 예고된 20일 오후 5시 30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는 김보름과 백철기 감독만이 모습을 보였다. 전날 방송사 인터뷰에 임했던 박지우는 정신적인 충격이 커서 나오지 못했다고 대표팀 측은 밝혔다. 피해 선수로 거론된 노선영은 감기몸살로 쉬고 있다는 게 대표팀 관계자가 밝힌 불참 이유였다.

    백 감독은 "노선영이 마지막 주자로 나서게 된 것은 '빠른 선수들이 먼저 치고 나간 뒤 자신이 뒤에서 따라가는 게 더 좋은 기록을 낼 것'이라는 노선영의 제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며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는 노선영의 말을 묵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백 감독은 노선영이 뒤로 처진 상황에서 앞선 선수들이 계속 스피드를 낸 연유를 묻자, "벌어졌다는 걸 선수들에게 전달했는데 링크 분위기 때문에 전달되지 못했던 것 같고,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셔서 (소리 때문에)거리가 벌어졌는지 여부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보름은 어제 인터뷰 발언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는 취재진의 말에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를 보시고 많은 분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으신 것 같다"며 "죄송하게 생각하고, 지금도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름은 '노선영이 뒤에 처졌는데 왜 스퍼트를 냈느냐'는 동일한 질문에 "4강 진출을 위해선 마지막 두바퀴에 기록해야 했던 랩타임이 있었는데, '29초'라는 랩타임에 집중한 나머지, 언니가 뒤에 처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선수들을 챙기지 못한 내 잘못이 크다"고 밝혔다.

    김보름은 '억울한 생각은 안드냐'는 질문에 "선두에 있을 때 뒤에 있는 선수를 확인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내 잘못이라 억울한 것은 없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스포츠조선에 따르면 팀추월 남녀 대표팀은 지난해 12월 10일 월드컵 4차 시기 이후 단 한 차례도 함께 훈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1월 26일 기준).

    노선영은 지난달 26일 스포츠조선과의 단독인터뷰에서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 주도로 이승훈 정재원 김보름 3명이 태릉이 아닌 한체대에서 따로 훈련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체대 교수인 전명규 회장이 한체대 출신이자 메달 획득이 유력한 이승훈과 김보름을 별도의 장소에서 따로 훈련시켰다는 얘기.

    또한 노선영은 "3명이 함께 뛰어야 하는 팀추월 종목 특성상 호흡을 맞추는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남자 대표팀엔 1명, 여자 대표팀엔 2명만 남았으니 훈련이 제대로 될 수가 없다"며 "빙상연맹이 메달을 딸 선수들을 미리 정해놓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 감독은 20일 인터뷰에서 '팀추월 훈련을 따로 했다는 얘기가 있다'는 취재진의 지적에 "노선영의 1500m 경기가 끝난 후부터 매스스타트 훈련은 안 하고 팀추월 훈련에만 집중했다"며 "그동안 준비를 많이 해왔다"는 해명만 늘어놨다.

    [사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