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껴쓰고 나눠쓰고 돌려쓰던 우리군의 개인장구- 보급품이 문제인가? 개인구매품이 문제인가?
  • 쿠웨이트 사막 한가운데 구축된 Camp Virginia에 전개한 자이툰 부대 선발대는 쿠웨이트에서 이라크 북부의 아르빌까지 지상이동작전 "RSO 파발마"에 참가하는 병력이었다. 이동단위는 크게 제대로 나뉘며 제대는 다시 단위대로 나뉘었다. 필자는 당시 제1제대 2단위대 1호차로 일명 총알받이였다. 

    당시 계획된 지상이동 작전은 국군 창설이후 최대 규모의 지상이동작전이었기에 모든 역량이 집중된 상태였다. 제1제대의 주력은 특전사로 구성된 제121재건지원대대(중령 차도호) 1지역대(소령 이철희 / 現 대령)였고 나머지 제대도 제121/122재건지원대대의 특전사 병력과 대대에 배속된 K-4소대였다. 일부 후발 제대는 부족한 병력을 보강하기 위해 사단경비대인 해병수색대 병력도 지원받았다.


  • 위와 같이 편성된 지상이동부대는 국내에서부터 이동 간 전투와 하차전투 등 많은 훈련을 받았으나 쿠웨이트에서 보다 현실적인 사막적응훈련과 현지적응훈련을 받게 되는데 전투경험이 풍부한 미군 소속의 PMC 교관들에게 그 노하우를 전수 받게 된다. 이 시기에 문제가 생겼다.
  • ■ 기능성 뿐 아니라 방탄성능도 떨어지는 방탄장비

    지상이동부대가 훈련을 받은 곳은 쿠웨이트 사막에 구축된 Udairi Training range(현재 Camp Buehring) 였다. 이곳은 이라크 현지적응 훈련을 위해 기본전술사격부터 가상의 타운을 형성하여 시가전이나 IED에 대한 대응훈련까지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생긴 문제는 우리에게 지급된 방탄 장비들의 신뢰도였다. 과연 이것들이 우리를 지켜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었는데 그 이유는 사단에서부터의 지나친 방탄성능에 관한 정신교육이었다. 

    당시만 해도 최신 장비를 지급받은 탓에 모두들 만족한 상태였는데 사단에서는 이상하리만큼 방탄성능을 강조했기 때문이다.(나중에 귀국하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자이툰 부대에 보급된 방탄이 불량으로 방산/군납 비리였다고 한다)

  • Udairi 훈련장에서는 실탄 훈련이 진행되는데 탄피 걱정 없이 사격을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런데 일부 대원이 차량 및 기타 방탄장비에 실사격을 감행하게 되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당시 편제된 K100탄 뿐 아니라 M193탄에도 시원시원하게 총알구멍이 나버린 것이다. 그것도 주력 전투차량인 신형1.25t 방탄차량이 말이다. 더구나 훈련이 지속되면서 방탄조끼에 삽입하는 방탄판도 변형되기 시작했다. 
    차량에 발생한 총알구멍은 나중에 지휘부에 발견되어 범인을 색출하려고 했으나 잡지 못했다. (누가 그 용감한 전우를 고자질 하겠는가?) 더구나 일부 어르신들에 의해 차량 엔진룸의 보닛이 벌집이 되는 상황까지 벌어지는 바람에 조용히 무마되었다.
  • 이런 상황에 불량 방탄을 믿을 수 없었던 우리는 방탄판에 배낭 등을 걸어 방어력 증대(?)를 꾀했고 사단의 명령으로 IED방어를 위해 사낭을 차량 하부에 적재하기도 했으나 중량증가로 인한 기동성 저하로 곧 철거되었다. 이런 저런 문제로 작전에 투입되어야 하는 특전사대원들에게 방탄장비는 상당한 불만이었다. 
  • ■ 개인장구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또다시 사비 지출로

    불만은 계속 쌓여갔고 2진, 3진을 거치면서 급기야 미군 특수부대원들이 사용하는 전투조끼를 구입하여 파병에 투입되는 특전사 대원들이 발생했다. 기존의 보급 방탄조끼의 불편함과 신뢰성 문제 때문에 자비를 들여 품질 좋은 장비를 해외에서 구매하여 사용하게 된 상황인데 당시 가장 유행하던 시라스 모델이 주를 이루었다. 
    파병부대의 특전사 대원들이 시라스 같은 전투조끼를 구매해서 사용하는 것은 종군기자인 태상호 기자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그 이후 파병부대를 중심으로 개인장구에 대한 개인구매 비중이 높아졌고 파병부대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개인구매로 사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게 되는데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가 2014년경이다. 
    당시 사령관이던 전인범 장군이 사령관령으로 비인가 상용장비에 대한 사용허가를 내리면서인데 이때 많은 특전대원들이 자비로 장비를 구매하게 된다. 앞서 특전대검 편에서도 언급한 이야기이지만 이런 명령을 내린 사령관의 맘도 편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보급으로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 부하들이 자비로 장비 구매해야 하는 것을 승인한다는 것이 지휘관으로써는 자존심이 상하고 서글픈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덕에 특전사의 전투력은 급상승하게 되었고 장비체계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 ■ 지휘부의 마인드 변화

    특수전사령관 교체 이후 모든 것이 원복 되고 비인가 상용장비에 대한 사용이 금지되는 상황까지 가버렸지만 이미 좋은 장비란 것을 만끽했던 특전대원들이 그런 불합리한 정책에 순순히 응할 리가 없었다. 암암리에 계속 사용을 하였고 일부 부대는 지휘관 묵인 하에 계속 사용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자 사령부 차원에서 전수조사가 이루어 졌는데 어떤 부사관은 수백만원어치의 장비를 개인구매하여 가정 파탄에 이르렀다는 누명까지 뒤집어 쓰기도 하였고 그러한 잘못된 보고가 비인가 상용장비를 허가할 수 없는 사유로 이용되기 했었다. 
  •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파병부대에 대한 통제는 유한 편이라 개인장비에 대한 사용이 자유로운 편이고 파병 복귀 후에도 파병 시 장만한 장비를 그대로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육군 차원에서 장비 발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하니 조만간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그런 육군의 노력이 일선 부대원들이 실감하기 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빠른 방법은 전 사령관이 조치했던 비인가 상용장비에 대한 허가만한 것이 있을지 많은 특전사 대원들이 생각하는 것 같다. 필자 또한 현재의 보급체계에서 그만한 대안이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 

    장비구매에 대한 사비 지출을 막을 이유가 있을까 하는 문제에 조금 더 현실적이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지휘관들이 다시 생겨나길 바란다. 이러한 일선 부대원들의 노력이 논리적으로 부당한 명령과 지휘방침에 억압되는 일이 아직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개인의 자유로운 장비구매가 군전투력발전에 이득인지 실인지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 다음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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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만
    특전사 예비역 상사

    아세아항공보안연구소·아세아항공보안교육원 교수

    한국재난정보학회 부설 재난기술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