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버전 보기

GM 공장 폐쇄…"고임금·저효율 시한폭탄 터졌다"
전문가들 "생산성 절벽으로 몰아넣는 강성노조, 자구 노력 없이 지원 바라는 GM,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정부 모두가 문제"
박규빈 기자 2018-02-15 03:00:05
글자크기 확대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구글플러스 공유 카카오스토리 공유 카카톡 공유 네이버블로그 공유

▲ 한국 GM 군산공장 철수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전라북도는 14일 중앙정부에 군산시를 '고용재난지역'지정 요청키로 했다. ⓒ뉴시스


한국 지엠(GM) 군산공장이 폐쇄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사회가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군산공장은 지난 1996년 대우자동차 시절에 세워진 곳이다. 이후 2002년 GM 측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며 당사로 편입됐다. 군산공장은 크루즈와 올랜도를 생산하는 거점기지였다. 지역 근로자 2,000여명을 고용 중이며 연간 최대 생산 가능 차량대수는 약 28만대 수준이다. 그런 군산공장을 한국 GM 측이 왜 폐쇄하게 됐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을 내리게 됐는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군산공장의 폐쇄 배경으로 '고임금·저효율' 구조 문제를 가장 먼저 지적하고 있다. "째깍째깍 초침이 돌아가던 시한폭탄이 마침내 터진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자구 노력 없이 한국 정부의 지원만 요구하는 GM 측을 향해 한목소리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공장 생산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군산공장은 지난 2011년 26만대를 생산했으나, 작년 생산량은 3만대로 수직하락했다. 시간당 생산대수는 20대, 가동률은 20%에 불과했다. 한달 내내 공장이 돌아갈 경우 가동률을 100%라고 본다면 군산 공장의 근로자들은 월 5~6일만 일한 셈이 된다.

노조 측의 강한 요구에 공장이 멈춰도 회사는 평균임금의 80%를 휴업수당 명목으로 지급했다. 그럼에도 금속노조 한국 GM 지부는 매년 임금 인상 투쟁을 벌여왔다. 한국 GM의 2013년 1인당 평균 연봉은 7,300만원, 2017년에는 8,700만원으로 20%가량 뛰었다. 연 평균 3~4% 정도가 오른 것이다. 한국 GM 관계자는 "적자가 나는 와중에 성과급을 지급하는 곳은 전세계 GM 사업장 중 한국 사업장이 유일하다"고 전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존 22%였던 법인세가 25%로 인상된 것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는 의견이 많다. 해외 선진국들이 법인세를 인하하는 추세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대기업 활동에 우호적이지 않은 한국 정부가 법인세를 올리자 GM 측은 공적자금 지원과 세금 감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엄격한 자동차 안전기준과 환경규제도 폐쇄 결정에 한몫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예로 지난 2013년 안전·환경규제 강화가 이뤄져 다마스·라보 생산이 어려워졌다. 정부는 서민차량이라는 이유로 두 차종에는 예외적으로 2020년까지 개정 법령 적용을 유예했다.

GM 미국 본사는 군산 외 다른 공장 폐쇄도 언급하며 강수를 두고 있다. 댄 암만 GM 총괄 사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노조 협상 결과에 따라 수 주 내로 국내 사업장 추가 폐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은 "이달 말까지 정부와 노조와 함께 자리해 의미있는 진전을 끌어내야 한다"며 3조원 규모의 정부 지원을 요구했다. 군산공장의 폐쇄는 끝이 아닌 시작으로, 원만한 해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극심한 후폭풍이 뒤따를 것이란 것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뒷받침 하듯 한국 GM은 13일 전(全) 공장 사업장에 근무하는 상무 이하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받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해고 등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울려퍼진 것이다. 한국 GM은 희망퇴직자들에게 2.5년치 연봉을 지급할 계획이다. 소식을 들은 한국 GM 노조는 파업을 예고했다. 노조 측은 "14일 결의대회를 열고 공장 폐쇄·구조조정에 맞서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군산공장 폐쇄가 지역사회에 미칠 파장을 염두에 두고 한국 GM을 되살릴 방안을 GM 미국 본사와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한국 GM이 사실상 자본 잠식상태에 빠져 한계기업이 된 경위 조사에 나간다고 밝혔다. 또한 전라북도는 지난 14일 송하진 도지사 주재로 회의를 열고 중앙정부에 군산시를 고용재난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군산공장 폐쇄 사태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생산성을 절벽으로 몰아넣는 강성노조, 아무런 자구 노력도 없이 지원만 바라는 GM, 소 잃고 뒤늦게 외양간을 고치려는 정부, 이들 모두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꼬집고 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한국 GM 군산공장은) 생산성을 맞추지 못해 수익구조가 악화된 것이다. (현 상태에선 임금을 깎는 등 지출) 비용을 줄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일자리가 지켜질 수 없다. (지금까지 그런 상태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생산성 제고에 실패했다. 노사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공적자금 투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한국 GM에 대한) 정부 지원은 안 될 일이다. 그렇게 보면 지원 받을 부실기업들은 끝이 없다. 이는 결국 기업이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한국 GM의 정부 지원 요구를 비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노조는 생산성에 비해 과도한 임금을 받아간다. (한국 GM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적자폭을 메울 수 있는 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고액 연봉 삭감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병태 교수는 GM의 대(對)정부 지원 요구, 한국 정부의 조건없는 부실기업 회생정책을 동시에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GM이 정부 지원을 요청한 건 부실기업을 세금으로 죽지 않게 산소호흡기를 달아달라는 협박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이라며 "대우건설과 대우조선해양을 보더라도 산업은행을 통해 회생시키지 않고 한계기업을 유지하는 게 옳은 것인지 알 수 있다. (군산공장 폐쇄는) 경영자들과 근로자들이 연대책임을 질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병태 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들며 "오바마 행정부 시절 몰락하던 미국 자동차 산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건 구조조정을 한 것인데, 우리 정부와 산업은행은 전제조건도 없이 자본잠식상태에 빠진 기업을 회생시키려 해왔다. 이런 좀비기업은 사라져야 하고, 근로자 해고와 같은 구조조정은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도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그는 "강성노조는 생산성과 거리가 먼 투쟁과 고임금에만 집착하고 있고, GM 측도 이해할 수 없는 대정부 지원 요청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GM은 한국 정부에 3조원이나 지원해달라고 하는데 그 이전에 경영정상화에 노력을 기울였는지 의문이 든다"고도 했다.

군산공장 폐쇄 이후 정부가 한계기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박주희 실장은 "이 사태가 비단 한국 GM만의 문제가 아니며 설 명절 이후에 (다른 기업에서도) 연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쌍용차 사태를 보듯 노조와 경영진이 상생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면 상황이 호전되지 않겠느냐, GM 부평공장과 창원공장 근로자들이 군산공장 폐쇄 사태를 보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구글플러스 공유 카카오스토리 공유 카카톡 공유 네이버블로그 공유
이전 페이지 바로가기
Copyright ⓒ Newdail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