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권 후 첫 치적물…2017년 1월 美NBC "10세 안팎 아동들 맨손으로 제설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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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시 스키장은 혼자 써야 제 맛이야." 마식령 스키장에서 리프트를 타는 김정은. 체중 문제로 혼자 타야 안전하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지난 15일 북한 선수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관련 남북 협의 결과 “마식령 스키장에서 훈련을 실시한다”는 대목도 있다. 이를 두고 “무슨 올림픽 훈련을 북한에서 하느냐? 평양 동계올림픽이냐”는 비난이 비등해지자 정부는 지난 17일 “아, 올림픽 대표선수가 아니라 꿈나무들의 훈련을 할 예정”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런데 정부의 대답은 사실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마식령 스키장’이 김정은 정권이 자랑하는 겨울 리조트이기는 하나 이곳이 ‘아동착취’는 물론 주민과 군인들을 강제 노동에 투입해 유지하고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김정은 정권은 2013년 12월 31일 마식령 스키장 개장식을 열었다. 김정은은 개장 전날 마식령 스키장을 돌아보며 만족을 표시했다고 한다.

    당시 北선전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최룡해는 기념 연설을 통해 “마식령 스키장은 인민들에게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안겨주려는 우리 당의 숭고한 인민 사랑의 결정체”라고 주장하면서 “남들 같으면 10년이 걸려도 해내지 못할 방대한 공사를 짧은 기간에 성공적으로 끝냄으로써 ‘마식령 속도’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낸 건설자들의 위훈을 조국은 잊지 않을 것”이라고 치하했다.

    김정은이 2013년 초 집권 이후 처음 지시한 것이 “마식령에 세계적 수준의 스키장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같은 해 6월에는 “전 인민과 군인들은 마식령 스키장 건설을 올해 안으로 끝내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공사는 9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당시 김정은이 ‘마식령 스키장’ 건설 지시를 내린 것은 스위스 유학 시절에 유럽의 스키장에서 놀던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서라는 풀이가 지배적이었다.

    김정은의 지시로 북한 주민과 군인들이 ‘마식령 스키장’ 건설에 강제동원 됐다. 당시 동원된 인원은 아동과 청소년, 일반 주민, 북한군 등 수십만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곡괭이와 삽, 망치만으로 산을 깎아내 스키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사상자도 다수 발생했다는 증언도 있다.

    ‘마식령 스키장’을 지을 때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에서 리프트, 케이블카 및 관련 부품들을 몰래 수입한 사실이 드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렇다면 김정은이 치적으로 내세우는 ‘마식령 스키장’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2017년 1월 27일(현지시간) 美NBC의 ‘마식령 스키장’ 관련 보도를 보면, 북한 주민들을 강제동원해 온갖 작업을 시키는 방식으로 “숭고한 인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 ▲ 美NBC는 2017년 1월 북한 '마식령 스키장' 개장을 취재하러 갔다가 스키장과 진입도로 주변에서 손으로 제설작업을 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어 공개했다. ⓒ당시 美NBC 관련보도 화면캡쳐.
    ▲ 美NBC는 2017년 1월 북한 '마식령 스키장' 개장을 취재하러 갔다가 스키장과 진입도로 주변에서 손으로 제설작업을 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어 공개했다. ⓒ당시 美NBC 관련보도 화면캡쳐.
    美NBC의 당시 보도를 보면, ‘마식령 스키장’에는 제대로 된 제설차량이 없다고 한다. 얼핏 봐도 수천여 명의 주민들이 일일이 손으로 제설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취재진이 지나가는 도로 옆으로 11~12살로 보이는 어린이들과 10대 청소년들이 꽁꽁 얼어붙은 눈을 깨면서 제설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美NBC는 “北마식령 스키장의 개장을 취재하기 위해 가는 도로 주변에는 수천여 명의 사람이 직접 손으로 제설작업을 하고 있었다”면서 “이들 가운데 군복을 입은 소규모의 군인들도 있었지만, 민간인의 수가 압도적이었다”고 전했다.

    美NBC는 “남녀 성인과 어린이들이 매서운 강풍을 맞아 얼굴이 빨갛게 언 상태로 막대와 망치 등으로 꽁꽁 언 눈을 깨면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면서 “우리는 16km가 넘는 길을 이동하는 동안 도로에서 제설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보았는데, 그 가운데는 11~12살 정도의 어린이와 10대 청소년들도 볼 수 있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이처럼 매년 어린이와 청소년까지 동원해 유지하고 있는 ‘마식령 스키장’에 한국의 동계종목 꿈나무들이 가서 훈련을 한다면 국제 사회는 어떻게 볼까.

    당시 美NBC가 촬영한 현장 영상과 관련 보도를 본 세계 언론들은 ‘마식령 스키장’을 가리켜 “어린이를 ‘눈노예’로 만든 김정은의 스키장”이라거나 “아동 착취로 유지하는 호화 스키장”이라며 김정은 정권을 맹비난했다. 이런 곳에서 한국 유소년 선수들이 스키 훈련을 한다면, 한국 사람들도 본의 아니게 ‘아동 착취’와 같은 김정은의 인권 유린 문제를 외면하게 되는 모양새로 보인다.   

    김정은의 취향에 맞춰 만든 스키장은 더 있다. ‘마식령 스키장’을 개장한 지 1년 뒤 2014년 1월, 북한에서는 새로운 스키장을 만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당시 ‘자유아시아방송(RFA)’은 “김정은이 2013년 12월 4일 ‘백두산 지구 체육촌’에 스키장을 건설하라는 지시를 내려 후방을 담당하는 북한군 9군단과 10군단 병력들이 동원됐다”면서 “이들에게 삼지연군 베개봉에 ‘마식령 스키장’ 규모의 스키장을 건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당시 북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정은 정권은 ‘백두산 지구 체육촌’에 스키장을 건설하기 위해 군인들을 포함해 민간인까지 30여만 명을 강제 동원했다고 한다. 이때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슬로프의 폭을 넓히고, 4개의 활주로까지 건설하는데 중장비는 없이, 삽, 곡괭이, 도끼, 폭약만을 사용했다고 한다. 당시 공사 현장의 낮 최고 온도는 영하 14도, 밤 최저 온도는 영하 20도 수준이었다.

    한국 정부가 ‘스키 꿈나무’라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마식령 스키장’에 보내는 것에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수락할 경우 김정은 정권은 삼지연군에 있는 ‘백두산 지구 체육촌’의 스키장 또한 한국에게 사용하라면서 ‘돈’을 뜯어낼 궁리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제사회는 한국을 가리켜 “주민들, 특히 아동과 청소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김정은 정권의 편”이라고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