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 지원하는 일자리카페 직접 가보니..."무료로 스터디 공간 이용할 수 있어서 좋아요" "차라리 비용 들여 전문상담가 찾는 편이 나아"
  • ▲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 일자리카페. ⓒ뉴데일리
    ▲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 일자리카페. ⓒ뉴데일리

    서울시가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한 일자리카페를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작 시설을 이용해본 시민들은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것까지는 좋지만 프로그램의 질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일자리카페'는 취업을 준비하는 만 18~39세 청년들을 위해 서울시가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플랫폼이다.

    종로와 신촌 등 청년밀집지역에 위치한 서울시 일자리카페는 취업상담, 멘토링, 취업특강, 스터디룸 등 학습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일자리카페는 현재 서울시내에 78곳(민간 41, 대학 16, 공공 21)이 설치돼 있다.  서울시가 분석한 결과, 2017년 한 해 동안 일자리카페를 거쳐간 시민은 약 3만6,000여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공간은 바로 스터디룸이다. 지난해 3만1,358명이 해당 공간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터디룸은 최근 청년들이 모여 취업 준비를 논의하는 공간이다.

    1대1 취업상담을 받은 청년은 1,438명, 멘토링 서비스를 받은 이는 1,330명, 취업특강 이용자수는 1,071명, 이력서 사진촬영을 한 시민은 538명에 그쳤다.

    서울시는 청년들의 취업 준비를 돕기 위해 공공시설은 물론 스터디카페·어학원 같은 민간시설에도 일자리카페를 조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10인용 스터디룸 60여실을 무료로 빌려준다. 하루 최대 3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

    <뉴데일리>는 일자리카페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를 직접 찾았다.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의 경우 안내데스크를 시작으로 각종 청년 취업상담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 상담 창구를 찾는 청년들의 발길은 비교적 한산했다. 복도를 따라 이동하자 맞은편에는 각종 컨설팅과 기업 초청 취업 특강 등이 진행되는 세미나룸이 보였다.


  • ▲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서울시 일자리카페' 내부 전경.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그룹 스터디룸과 열람실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뉴데일리
    ▲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서울시 일자리카페' 내부 전경.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그룹 스터디룸과 열람실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뉴데일리

    세미나룸 끝에는 '그룹 스터디룸'이 있었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실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이날도 그룹스터디룸 4개 중 3곳에서 청년들이 그룹별로 학습을 이어가고 있었다. 통상 한 공간에 3~4명이 함께 모여 자습과 모의면접을 하고 취업을 준비한다.

    코너를 돌자 1인용 자습실인 '개인 스터디룸'과 함께 도서관처럼 넓게 펼쳐진 다목적홀이 나왔다. 여느 도서관 풍경과 다르지 않게 학생들이 조용히 개인 학습을 이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토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이용 가능한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에는 각종 상담실을 비롯해 다목적홀(300석), 세미나룸(30석), 개인스터디룸, 2~6인용 그룹스터디룸이 갖춰져 있다.

    취업 상담코너 옆 한 켠에는 '취업날개 서비스'라고 적힌 이력서용 사진촬영 스튜디오가 마련됐다.

    센터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해당 스튜디오에서는 매주 금요일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이력서용 증명사진을 무료로 촬영해 준다. 상의 정장도 무료로 대여해 준다.

    청년들이 가장 많이 보이는 구역은 '그룹 스터디룸'을 비롯해 도서관 열람실처럼 넓게 펼쳐진 자습공간이었다. 주 연령대는 25~28세 사이다. 이들의 대다수는 인터넷 홍보와 지인의 소개로 일자리카페를 알게 됐다고 했다.

    대다수 청년들은 일자리카페의 가장 큰 장점으로 '무료 이용료'를 꼽으며 공간 활용에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실제 지난 한 해 동안 일자리카페를 이용한 대다수의 이용자들이 취업 상담보다는 공간 이용 차원에서 이곳을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20대 한 대학생은 "일자리카페를 알기 전에는 도서관이나 일반 커피숍에서 공부를 했는데 이곳은 이용료도 무료이고 커피숍처럼 오래 앉아 있으면서 눈치를 보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도 "통상적으로 4명이서 스터디룸을 3시간 이용하려면 1인당 4,000~5,000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며  "그룹 스터디룸을 무료로 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반면 '프로그램의 질'을 두고는 말이 많았다. 이용자들은 개선이 필요한 점을 지적하며 "무료니까 이용은 하는데, 상담 질에 대한 의문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이용자는 "시설 이용 방침 등은 좋으나, 상담이 실질적으로 취업에 도움이 됐다는 느낌은 없다"며 "취준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법한 이야기만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돈을 주고 취업컨설팅 전문 상담가에게 의뢰하는 게 나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며 "서울시 일자리카페는 자습 및 학습 용도로 쓴다는 생각으로 온다"고 했다.


  • ▲ 서울시 일자리카페 이용한 취업준비생들이 남긴 후기.ⓒ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 홈페이지 이용후기 캡처
    ▲ 서울시 일자리카페 이용한 취업준비생들이 남긴 후기.ⓒ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 홈페이지 이용후기 캡처

    서울시 일자리카페 홈페이지에서도 청년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었다.

    "취업 스터디모임에 자주 이용했는데 정말 유용하고 편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강의나 행사가 있는 날은 이용을 못하게 해서 불편하다"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한 시민은 "입구 데스크 관리자 선생님께서는 굉장히 친절하시고 좋았는데, 실무자에게 자소서 첨삭 받을 당시에는 굉장히 불쾌했다"는 후기를 남겼다.

    실제 취업연계 효과는 있을까? 일자리카페 이용자들의 취업률을 문의한 결과, 서울시 관계자는 "취업률 자체는 카운팅이 어렵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취준생들이 각종 프로그램과 관련해 얼마든지 민원을 넣을 수는 있지만 청년들에게 이런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 위주의 정책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일자리카페를 둘러싼 지적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청년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해 취업준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수요자 맞춤형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개인별 준비단계에 따라 체계적으로 구성해서 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