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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훈련 중단·남북 단일팀…北청구서 어디까지?

노동신문 “한미훈련 중단” 요구, 장웅 北IOC위원 “남북 단일팀” 언급

전경웅 기자 2018-01-13 22:49:45
▲ 2017년 6월 전북 무주에서 열린 WTF 대회에서 장웅 北IOC위원과 악수하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북 고위급 회담이 끝난 이튿날인 지난 10일 北선전매체 ‘노동신문’은 한미연합훈련의 연기가 아니라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 지난 12일에는 스위스 로잔을 찾은 장웅 北IOC 위원이 남북 단일팀 구성을 언급했고, 북한의 예술단 파견에 관한 실무 접촉을 15일 갖기로 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읍소해 오던 한국 정부에게 내미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청구서’가 여기서 끝날까. 美북한전문매체 ‘38노스’의 보도나 김정은의 현지지도, 北선전매체의 주장 등을 보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 청구서는 이제 ‘시작’인 것으로 보인다.

北선전매체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군사적 대결은 긴장격화의 근원”이라는 정세 논평을 통해 “남조선 당국은 외세와의 모든 핵전쟁 연습을 그만둬야 하며 미국의 핵장비들과 침략 무력을 끌어들이는 일체의 행위를 걷어치워야 한다”며 “무력 증강과 외세와의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은 북남 사이의 군사적 긴장을 격화시키고 한반도 정세를 예측할 수 없는 위험한 국면에로 몰아가는 주된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北‘노동신문’은 또한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를 바란다면 외세와 함께 동족을 반대해 벌이는 온갖 군사적 행동부터 중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2일에는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항공모함 출전 종목이 없다”며 미국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한반도 주변에 전략자산을 배치하는 것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北선전매체들은 김정은이 11일 ‘국가과학원’을 현지지도 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곳이다. 북한은 여전히 “핵무력은 국가 주권 문제”라면서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당초 평창 동계올림픽과 시기가 겹치던 한미연합훈련의 연기는 한국 정부의 희망에 따른 것이었다. 북한은 이를 본 뒤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자신들의 주장을 더욱 강하게 내세우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바란다”며 “우리도 참석할 수도 있다”는 김정은의 신년사는 ‘떡밥’이었고, 그것을 덥석 문 한국 정부가 남북 고위급 회담을 통해 “뭐든 할 수 있다”는 뜻을 보이자 본격적인 청구서를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 2015년 12월 中베이징에서 포착된 현송월 모란봉 악단 단장. 어깨에는 대령 계급장이 달려 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렇다면 ‘김정은의 청구서’는 어떻게 전개가 될까. 일단 시작은 12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시작한 남북 IOC 간의 회담이다. 북한은 “더 많은 선수를 보내고 싶다”는 뜻을 앞세워 남북 단일팀을 요구할 것이고, 한국 정부는 피겨 스케이팅 페어 종목을 비롯해 아이스하키 등에 북한 선수들을 끼워 넣을 것이다. ‘남북 대화’에 모든 것을 거는 한국 정부에게 수 년 동안 피땀을 흘려 올림픽 출전권을 딴 선수들의 절망은 아무 것도 아니다.

한국 정부가 “오는 15일 오전,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 김기홍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 기획사무차장 등을 보낼 테니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북한 선수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한 실무 회의를 갖자”는 제안에 즉답을 하지 않고 “같은 날 판문점 통일각에서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 접촉을 갖자”고 역제안을 한 것에서 김정은 정권의 의도는 보다 분명히 드러난다.

이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은 두 번째 청구가 될 것이다. 이날 회담에 한국은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이, 북한은 권혁봉 내각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이 수석대표를 맡는다. 북한은 이 대표단에 한국 정부와 언론을 현혹할 ‘카드’를 심었다. 김정은의 정부(情婦)로 알려진 모란봉 악단 단장 현송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을 끼워 넣은 것이다.

2015년 12월 김정은 체제를 선전하는 공연을 하겠다고 우기다가 中공산당과의 계약까지 파기하고 북한으로 돌아간 현송월은 어떤 요구를 할까. 남북 관계의 특성을 고려하면 평창 동계올림픽에 모란봉 악단을 보내겠다고 하지는 않을까. 그리고 당초 한국 정부와 협의한 것과는 달리 김정은 체제와 북핵, 적화통일을 찬양하는 체제 선전 공연을 하지는 않을까.

김정은 정권에게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는 중요하지 않다. 한국 정부는 이상하게도 국민들의 뜻을 무시하면서까지 북한 선수단의 참가에 목을 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 측이 제안을 피하는 듯하며 역제안을 했음에도 불과 몇 시간 만에 “좋다”며 답을 보냈다. 이런 상황을 보다 확실하게 파악하는 시점은 15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5일까지 한국과 스위스 양쪽에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북한 측에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인다면, 세 번째 청구서는 이때를 전후로 나올 것이다. 이때 북한 선수단과 참관단, 대표단 등의 방한 경로, 체재 지원 등을 요구하거나 한국 여론을 뒤흔들기 위해 설 이산가족 상봉 등의 추가 제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어떤 청구서를 내놓을까”라고 궁금해 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의 탐욕과 이기심, 비인간적인 면모 등을 보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자체가 ‘청구서의 시작’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청구’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계속되고, 올림픽 기간이 끝난 뒤에는 그 요구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다.

▲ 모란봉 악단에 둘러싸여 앉아 있는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때 한국 정부가 미국이나 일본 등 국제사회의 우려, 중국의 환영을 보면서도 조심하지 않고 북한의 요구나 제안을 덥석 받아들인다면 김정은의 청구는 제안 형태로 계속 나올 것이다. 예를 들자면 ‘핵실험 잠정 중단과 한미연합훈련 중단 및 美전략자산 철수’ 등의 형태로 말이다. 한국 정부가 지금까지 보인 모습으로 추정하면 이후에도 동맹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라도 대화가 먼저”라며 김정은 정권에 매달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렇게 되면 한미일의 대북 공동대응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북한이 IOC로부터 ‘와일드 카드’를 받고 남북 단일팀을 통해 출전한다고 해도 평창 동계올림픽의 흥행은 별개 문제다. 북한 측이 참가했다는 것만으로 한국에서는 난리가 난 것처럼 보도하겠지만 국제 사회에서는 별다른 주목을 못 받을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는 출전을 금지 당했고, 중국은 공산당 행사로 정부가 분주하며, 일본은 한국과의 외교적 문제 때문에 국민들의 반감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표단과 함께 오지만 북한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망동을 저지른다면 그것마저도 허사가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선수단과 예술단, 대표단의 방한을 두고 난리법석을 떠는 한국 언론과 일부 국민들의 모습이 외신을 통해 전해지면, 북한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문제를 두고 한국의 입장을 생각해줄 나라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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