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내가 누군지 아느냐" 큰소리… 은폐 의혹도 불거져
  • 더불어민주당 허동준 서울 동작을 지역위원장(사진 가운데)이 만취한 채 시내버스를 들이받아 형사입건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허동준 위원장은 경찰조사 과정에서도
    ▲ 더불어민주당 허동준 서울 동작을 지역위원장(사진 가운데)이 만취한 채 시내버스를 들이받아 형사입건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허동준 위원장은 경찰조사 과정에서도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지난 2014년 7·30 보궐선거 공천에 항의해 국회 기자회견장에 난입한 허동준 위원장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캠프 특보단 부단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핵심 정치인이 만취한 채 시내버스를 뒤에서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내서 형사입건됐다.

    이 정치인은 사고 직후 경찰서에 간 뒤에도 "내가 누군지 아느냐"고 큰소리를 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민주당의 책임있는 조치와 함께 경찰의 사건은폐 시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허동준 서울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11시 무렵 여의도에서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가 시내버스를 뒤에서 들이받아 형사입건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시내버스 기사가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지만, 허동준 위원장은 음주측정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이 허동준 위원장을 영등포경찰서로 연행했지만, 허동준 위원장은 경찰서에 가서도 "내가 누군지 아느냐"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허동준 위원장의 신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동준 위원장은 지난 2016년 4·13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으며, 31.5%를 득표해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43.4%)에 밀려 낙선했다.

    이후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특보단 부단장을 지내는 등 민주당의 서울 권역 핵심정치인으로 활동해왔다.

    경찰은 혈중알콜농도 0.2%를 적용해 허동준 위원장의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한편,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 거부 혐의로 형사입건했다. 이에 대해 허동준 위원장은 음주운전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음주측정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동준 위원장은 지난 2006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공교롭게도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는 6·13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예비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기 위한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설치를 의결했다. 당 차원의 조치가 뒤따를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야권은 일제히 이 사건을 문제삼으며, 민주당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국민의당 김형구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피해를 입은 차량은 시내버스로,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며 "반성을 해도 모자랄 판에 사고 후 경찰에게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소동을 벌였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개탄했다.

    아울러 "허동준 위원장은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특보단 부단장을 지낸 민주당의 주요 정치인"이라며 "민주당은 이번 사고에 대해 깊이 사과하고, 허동준 위원장에게 당 차원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정호성 부대변인은 같은날 "자유한국당과 언론이 경찰에 사고 사실을 확인하려 할 때, 경찰은 사건을 은폐하려는 모습까지 보였다"며 "집권여당 정치인의 사고를 은폐해주는 게 문재인정부의 경찰이냐"고 비판했다.

    나아가 "이게 문재인정부가 말하는 대한민국의 정의와 평등, 차별없는 세상이냐"며 "한국당은 영등포경찰서에 사실관계를 물었을 때 '그런 사실이 없다'고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경찰에 분명한 책임을 묻겠다"고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