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과 환상이 어우러진 ‘인류의 축제’간과 쓸개는 어디에? 주권까지 훼손하려는가?

  • 李 竹 / 時事論評家

    "우리 민족은 수령을 시조로 하는 김일성 민족..."
    이 주장에 동조하는 이 나라 국민은 그리 많지 않겠지만, 저들은 “우리 민족끼리”를 고집스럽게 나불댄다. 그리고... 

    어차피 얼마간은 속아 주고, 속아 넘어간다는 걸 자연스럽게 이미 작정한 회담 아닌가.
    몇 개월째 애걸복걸했는데, 그저 면전에 나와 주기만 해도 고맙고 감사·감읍할 따름일 수가 있다.

    허나, “너무 심하지 않았느냐?” 또는 “간(肝)과 쓸개는 어디다 뒀었냐?”고 물으면 크게 할 말이 없을 듯하다.

    드디어 남북대화라는 게 재개(再開)됐다. 그런데...

    ‘평화 올림픽’은 인질격(?)인 북녘 선수단이 참가해야만 가능하다는 패배적 발상이 고스란히 녹아든 합의에 다름 아니다.

    비단 올림픽만이 아니라, 그 외에 그 무슨 ‘남북관계 개선’이란 것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총체적으로 적지 않은 국민들의 북녘 핵·미사일에 대해서는 망각, 그리고 정체가 불분명한 평화에 대한 환상을 부추기는 데는 크게 손색이 없었다는 평가다. 거기에 더하여 국가 주권까지 훼손시킬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는 견해도 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녘 고위급 대표단,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 8개나 되는 떨거지들이 온단다. 이른바 ‘미녀 응원단’이 빠진다는 건 상상조차 어렵다. 
      
    막상 올림픽 경기에 뛸 선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아무리 선심을 베푼다 해도 걔우 몇 명...
    대신 통일전선과 선전·선동의 선수들만 잔뜩 붙어 온다. 그들의 ‘잔치판’ 멍석을 제대로 깔아주게 되나 보다.

    물론 거기에 드는 적지 않은 경비와 +α가 어떤 경로·형태로든 이 나라 곳간에서 새나갈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 아니겠는가.
     
    “남측은 필요한 편의를 보장하기로 하였다” ‘남북고위급회담 공동보도문’에 떡 하니 들어가 있다. 말 그대로 땡전 한 푼 안들이고, 저들은 ‘강성’(强盛)과 ‘강·성’(强·性) 대국(大國)을 마음껏 뽐낼 수 있게 됐다. 

    ‘촛불 정부’가 역시 촛불스럽게 올림픽 개·폐막식 공동입장을 제안했다고 한다. ‘공동입장’이라 함은 ‘태극기’ 대신 이른바 ‘한반도기’를 들겠다는 거 아닌가.

    개·폐막식에서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따라 이 나라 선수단이 입장한다? ‘아리랑’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주최국 선수단이 입장하는데 그 나라 국기를 들지 않는다? 이 나라 국가 주권의 상징인 태극기를 포기하겠다는 처사라면 너무 나갔나? 그럼 ‘평창’에서는 이 나라 선수가 메달을 따야지나 태극기를 볼 수 있게 되는 건가?.
      
    북녘이 ‘공동입장’을 고집해도 허(許)하지 말고, “너희는 니들 깃발 들고 입장해!”라고 일축해야 하는 거 아닌가? 허긴 와주는 것만 해도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입장에서야...

    여러모로 ‘대한민국 평창’ 동계올림픽이 아니라, ‘한반도 평창’ 동계올림픽이 될 듯하다. ‘거족적’(擧族的)인 전국체전?...

      
  • 이에 더불어서...

    “남측 언론에서 고위급회담에서 비핵화 문제가 논의된다는 얼토당토않은 얘기가 있다. 핵 문제가 나와서 말하는데, 우리가 보유한 원자탄·수소탄·대륙간탄도로켓트를 비롯한 모든 최첨단 전략무기는 철두철미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북측 대표단장이란 작자의 의기양양한 일갈(一喝)이었다고. 그의 말이 아니라, 세습독재자의 일관된 똥배짱을 대신 전달했다는 건 너무 뻔하다. 반면에...

    ‘합의문’ 이란 걸 들여다보면, 이런 문구들이 눈에 띈다.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한반도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며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②항]

    “남과 북은 ‘남북선언들을 존중’하며,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북측 표현:‘우리 민족끼리 원칙에서’] 해결해 나가기로...”[③항] 

    결국 “우리의 핵무장은 ‘양키용’이니 남녘은 상관하지 말라! 너희들 하고는 대화·협상의 꺼리가 아니다. 대신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상태의 원인은 이 땅의 양키나라 군대와 그 전략 자산 때문이니, 그걸 물리는데 힘을 합치자!”는 아주 교묘한 속셈의 반영 아닌가.
      
    또한 존중하자는 ‘남북선언들’에 1991년 12월 31일에 채택된 「남북비핵화공동선언」도 포함될까? 
    아마도 그 선언들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국한된다는 건 되묻지 않아도 뻔할 뻔자다. 

    이런데도 “남북 화해(和解) 무드” 운운하는 건, 거의 ‘치매 환자’ 수준의 얼빠진 넋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막상 ‘치매 환자’의 인권도 존중해야 한다고 대들면 할 말은 없지만... 

    드디어 때가 왔는가?

    북녘이 핵무기를 손에 쥔 ‘한반도 평화적 환경’은, 전쟁을 피한다는 명분하에 굴종(屈從)을 체질화하는 것만이 이 나라의 유일한 생존 전략이 될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

    또한, 북녘 핵 폐기를 전제하지 않은 ‘민족적 화해’는 이 나라가 ‘화해’[火海:불바다]의 문턱을 넘어서는 걸 의미한다. 

    이것이 냉엄한 현실이자 정세의 본질이다. 
      
    더군다나 남녘과 북녘에 널린 ‘우리 민족’들끼리라면...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