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문위 교육부 국감…김문기 총장 측 "진보 정권의 私學 장악 의도"
  • 12일 세종정부청사 내에 위치한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국회 교문위 국정감사가 열렸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12일 세종정부청사 내에 위치한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국회 교문위 국정감사가 열렸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열린 가운데 사법부 판결을 모르쇠로 일관한 교육부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1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이날 국감에서는 고등교육과 관련해 사립대 적립금 문제, 등록금,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국정교과서, 사학비리 등의 안건이 언급됐다.

    그중에서도 총장 선출 및 관선(임시) 이사 파견의 적법성 문제를 놓고 지난 10여년 간 심각한 학내 분규를 겪고 있는 상지대 문제를 놓고 여야 의원들은 뚜렷한 온도차를 나타냈다.

    국회 교문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과 안민석 의원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문기 상지대 총장과 질의응답을 주고 받으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먼저 "김문기 증인은 교육부 특별조치로 총장직에서 해임됐지 않았느냐"는 유은혜 의원의 질문에 김문기 총장은 "무효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9월13일 대법원으로부터 '총장해임은 무효'라는 취지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고 답했다.

    유 의원은 이어 "교육부가 임시이사를 상지대에 파견해 A이사장이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A이사장은 법인 인감을 불법으로 변경해 (김 총장이 학교에 복귀할 수 있도록) 대법원에 상고취하를 하는 등 상지대를 망쳤다"고 주장했다.

    김문기 총장이 조목조목 반박하자 유 의원은 "증인은 자신의 주장을 하기 위해 국감장에 출석한 것 같다. 나는 그 주장을 들을 의사가 없다"며 다른 참고인을 내세웠다.

    안민석 의원은 "김문기 증인은 몇년 전 청문회 당시 상지대가 본인 것이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속기록있는데 거짓말 하지 말고 그냥 들어가라"는 등의 발언으로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김상곤 장관 취임 후 교육부가 사립대에 관선이사를 파견하며 오히려 학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문기 총장은 이날 자리에서 "제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여러가지 사안을 자료로 제출했다"고 밝힌 후 "43년 전부터 일생을 다해 사학에 전념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상지대를 설립했는데 지금 일정 세력으로부터 온갖 중상모략을 받고 있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 12일 국회 교문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문기 상지대 총장.ⓒ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12일 국회 교문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문기 상지대 총장.ⓒ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상지대학교는 총장이 2명?

    이날 국감 현장을 지켜본 상지대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의원들이 사건 진상 파악은 뒷전으로 한 채, 김문기 총장에 대한 '망신주기'로 국감에 응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해당 관계자는 "지난달 13일 대법원으로부터 '총장 해임 무효' 확정판결까지 정당하게 받은 사안인데, 여당 의원들은 교육부가 불법 임시이사를 파견해 학교 장악을 일삼는 행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상지대 학내 갈등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지대 설립자인 김문기 당시 이사장은 1993년 입시비리가 불거져 퇴진했으나 2004년 재단의 임시이사 체제 전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 2007년 대법원 원고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해당 판결 후 2010년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는 김문기 전 이사장 측에 재단 이사회의 과반수를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같은 결정에 따라 김문기 이사장의 아들인 K씨가 재단 이사로 복귀했고, 2014년 김 전 이사장 역시 상지대 8대 총장으로 학교에 돌아오게 됐다. 학교를 떠난지 무려 21년만이다.

    그러나 김문기 총장이 취임한 2014년 이후 상지대는 둘로 쪼개져 들끓었고, 2015년 8월 재단 이사회는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결국 김문기 총장을 해임했다.

    총장 자리가 공석으로 이어지자 올해 8월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학교 정상화'를 명분으로 상지학원에 임시이사를 파견, 정대화 교수를 총장직무대행으로 선출했다.

    기존 재단이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교육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법적으로 권한을 부여받은 기존 이사들과의 협의없이 임시이사를 파견한 행위 자체가 위법하다는 것.

    이처럼 학내 갈등이 심화되던 와중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던 김문기 총장은, 지난달 13일 대법원에서 해임처분 무효 확정판결을 받아 상지대에 복귀했다.

    하지만 정대화 총장 직무대행은 대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총장직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복귀하려는 측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 맞붙어 한 학교에 총장이 2명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김문기 총장 측은 "사법부 판결로 총장직에 복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 파견 임시이사들이 물리적인 힘으로 김 총장의 학내진입을 막고 있다"고 성토했다.

    대법원 판결 후 약 한달이 지난 지금도 상지대 홈페이지에는 정대화 총장 직무대행의 글이 게재돼 있다.

     

  • 김상곤 교육부장관.ⓒ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김상곤 교육부장관.ⓒ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위법 논란에도... 김상곤 장관 "문제 없다"

    이날 국감에서 여야는 일부 대학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교육적폐 청산 논란이 사학비리를 명분으로 한 정치보복이 아니냐를 두고 양분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특정 인사들을 파견해 사립대를 장악하고 권한을 남용하는 것은 명백한 교육부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파견하는 임시 이사는 사립대 정상화를 목표로 6개월의 한시적인 역할 만을 해야 하는데 1년 이상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는 주장이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상지대에 파견한 현 임시 이사들의 임기는 1년이다. 이장우 의원에 지적에 따른다면 이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 된다.

    그러나 김상곤 장관은 "사학비리를 해결하고자 하는 교육적폐 청산을 두고 정치보복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는 것 같다"고 강변했다. 김 장관은 교육부 방침이 사법부 판결과 배치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문기 총장 측은 "교육부가 상지대에 임시이사를 파견한 것 자체가 불법적이고 위법적"이며 "해임무효 판결을 받고도 복귀를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돼버렸다"며 황당한 기색을 내비쳤다.

    김문기 총장 측 관계자는 12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기존 정이사들이 자리하고 있는 와중에 교육부에서 임시 이사를 파견한 것 자체가 문제"라며 "또 임시이사 본연의 업무는 설립자 이념을 계승·유지하는 차원에서 보조하는 역할인데 완저히 설립자를 내쫓고 학교를 장악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상지대학교 캠퍼스 전경.ⓒ상지대 홈페이지 캡처.
    ▲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상지대학교 캠퍼스 전경.ⓒ상지대 홈페이지 캡처.

     

    "적폐청산해야 VS 정대화 총장 직무대행은 김상곤 장관 코드인사"

    이같은 사태를 두고 상지대 내부에서도 팽팽한 기류가 흐르는 분위기다.

    전국대학노조 상지대지부와 상지대 교수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줄곧 "김문기 총장은 사학비리의 온상으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부가 올해 8월 관선이사 파견을 결정하자 환영의 뜻을 밝히며 "상지대 정상화와 학교 내 적폐청산을 진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상지대 비대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던 정대화 교수와 방정균 교수는 교육부가 학교에 임시 이사를 파견한 이후 각각 총장 직무대행과 상지 법인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이를 두고 "정권과 성향이 비슷한 코드 인사"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상지대 교수회 등으로 구성된 '상지사랑모임'(이하 상사모)은 "정대화 총장 직무대행은 과거 참여연대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고 김상곤 장관과 대학 선후배 사이이자 상지대 임시 이사로 함께 활동한 전력이 있는 절친한 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정대화 총장 직무대행의 이력을 살펴보면 사학개혁과비리추방을위한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를 역임했고 참여연대 운영위원, 전국교수노조 조직국장 등을 지냈다.

    또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2009년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전폭적 지지를 선언하는 '김상곤 범민주개혁후보지지 교수선언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김 장관과 비교적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진영 정치권 인사도 상지대 문제와 관련해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민주당 소속 교문위 의원들은 2016년 6월 21일 상지대를 방문했다. 이들은 당시 "강원도 내 대표적 사립대학인 상지대 정상화를 위해 교육부 감사와 임시이사 파견, 국회 차원의 상지대 청문회를 건의하고 추진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지난 3월 대선 경선후보 시절, 상지대 비대위의 초청으로 학교를 찾아 간담회를 열었다.

    이같은 사실을 두고 상사모의 한 관계자는 "이른바 진보정권과 그 홍위병 역할을 하는 일부 운동권 단체 및 언론이 사법부 판결을 의도적으로 외면·은폐하고, 상지학원을 사학비리의 온상처럼 여론몰이하면서 사건의 진실을 가리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