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도 레닌 혁명도 그러더니...지금 386 집권파 운명은?
  •   갈수록 '더 급진'이면 나중엔 어디까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 다를 바 없다"
     "사드 배치는 미국의 압박에 굴복한 굴종 외교다"
    이건 어떤 '진보' 단체가 문재인 정부의 사드 배치를 비난한 소리다.
     '진보'가 '진보' 정부를 맹비난하는 요즘이다.
    이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사회운동을 하다 보면 갈수록 더 급진적이고 더 과격한 분파가 계속 나오게 돼 있다.
    프랑스 부르주아 혁명 때도 자고 깨면 어제보다 더 과격한 분파가 나타나
    “기존 혁명 주류는 덜 돼먹었다. 우리가 진짜 혁명세력이다” 하면서
    그 ‘덜 돼먹었다’는 그룹을 반(反)혁명 배신자로 낙인 했다.
    그래서 막판에는 자코벵이라는 가장 과격한 분파가 나와 공포정치를 하면서
    구체제 세력 못지않게 같은 혁명 세력 중 온건파를 수도 없이 단두대로 보냈다.

     러시아 프롤레타리아 사회주의 혁명 때도 사회혁명당, 사회민주당, 무정부주의자, 멘셰비키 등 여러 분파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과격한 레닌의 볼셰비키가 결국은 정권을 잡아
    제정 러시아 세력뿐 아니라 혁명세력 중 비(非) 볼셰비키들까지 모조리 참살했다.
  •  한국의 민주화 운동과 진보 운동에서도 “갈수록 과격‘ 현상이 나타났다.
    4. 19 혁명 당일의 주류 노선은 뭐니 뭐니 해도 자유민주주의, 부정선거 규탄, 민권사상이었다.
    그러더니 서울대학교 4. 19 1주년 기념 때 발표된 ’4. 19 제2 선언문‘의 내용은 ’민족민주‘ 운운
    하는 급진성을 띠었다. 오늘로 치면 NL 비슷한 계열이 침투해 선언문 집필 역(役)를 교묘하게
    나꿔채 학생운동의 기조를 그 방향으로 틀었던 것이다.

     1964~5년의 한일협정 반대 시위 때는 ‘다소 진보적’인 민족주의 정서가,
    그리고 유신체제 초기에는 자유주의적 논리와 진보적 바탕이 함께 뒤섞여 있었지만,
    유신 후반에 이를수록 운동은 점점 더 이념성을 더해가더니, 1980년대 중반엔
    아예 NL 계열이 운동의 주조정실을 거머쥐게 되었다.

     이들이 오늘의 집권 세력의 주류가 되었다.
    이들은 수 십 년이 지난 뒤 생각이 그래도 좀 달라졌던지, 북한의 수소폭탄 사태가 나자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라 제재할 때다” “사드 배치는 불가피한 조치였다”라는,
    제법 철든 소리도 하게 되었다.
    하기야 진짜 철든 소리인지, 마지 못해 한 전술적 발언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런데 일부 그룹이 386 세대의 이런 처신에 지금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너희가 제 힘으로 정권 잡은 줄 아느냐? 천만에. 너희는 서울광장과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워준 우리 덕택에 정권을 길에서 주었다. 그래 놓고 뭐, 대북제재? 사드 배치 불가피? 예끼 이 배신자들아!” 하는 게 그들 신(新)급진파의 매도다.

     이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 더불어 민주당, 구(舊) 386 출신 50대는 중대한 각오를 해야 한다.
    저들 신 급진파의 ‘더 과격한 노선’을 따라갈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그냥 섞여 돌아갈 것인지,
    마음속에 정해야 한다. ‘더 과격한’ 노선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한 체 그것에 무작정 휩쓸리고,
    끌려 다니고, 그 눈치를 보고, 영합하고, 주눅 들다 보면 운동이란 배가 산으로 올라갈 수가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386 NL 노선만 해도 충분히 ‘진보적-좌파적’이다 못해, 우리 안보형편에 그걸 감당할 수 있을지가 의문일 정도다. 그런데 하물며 “386 너희도 박근혜 정권과 다름없다”고 하는 그룹의 노선이야 말해 뭣하겠는가? 이러다간 정말 나라가... 에이, 더 말하지 않겠다. 운동이 이렇게 세월이 갈수록 편향성을 더해 가면 끝판엔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지? 어화 벗님네여, 답변 한 번 해보소.

    류근일 / 조선일보 주필 /2017/9/8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