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열차' 탄 승객들 "왜 이렇게 좁은거야" 토로..."그래도 15분 아낄 수 있어요"
  • ▲ 지난 2일 오전 10시 40분께 종합관리동 차량기지(북한산우이역)에서 경전철 시승식이 진행됐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참여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지난 2일 오전 10시 40분께 종합관리동 차량기지(북한산우이역)에서 경전철 시승식이 진행됐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참여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사람들이 몰리는데 열차가 두 량이라 너무 좁아요." (탑승객)

    "탑승객 수에 비해 경전철 내부가 협소하다는 문의가 잦습니다." (시 관계자)

    4일 오전 8시쯤 찾은 우이신설선 북한산우이역. 처음 열차에 탑승했을 때는 자리가 남을 정도로 혼잡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역을 지날수록 탑승객들이 눈에 띄게 불어났다. 특히 삼양사거리역에서 승객들이 몰려들었다. '지옥철' 2호선 풍경을 방불케 했다. 환승역인 성신여대입구에서 사람이 빠져나간 뒤에야 내부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종착역인 신설동역 개찰구 앞에서 인파의 규모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갑자기 쏟아져 나온 승객들이 교통카드를 찍으면서 "환승입니다" 음성 메시지가 쉬지 않고 들려왔다. 개통식(2일) 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탑승한 경전철 내부는 취재진, 시 관계자, 승객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손수건이나 손등으로 땀을 닦는 시민들이 수시로 눈에 띄었었다.

    '꼬마열차'(경전철) 탑승객들 사이에서 결국 불만이 터져나왔다. 월요일 출근 스트레스와 전쟁 같은 내부 혼잡이 뒤엉켜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져나오는 듯 했다. 열차 내부 어디선가 "왜 이렇게 좁아 터진거야"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현진(25) 씨는 "열차가 2칸 밖에 안 된다는 점 때문에 불만이 나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른 시민들도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이신설선을 관리하고 있는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개통식 이후 좁은 열차 문제를 둘러싼 항의가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이신설선은 2량 1편성으로 9호선 4량의 절반 수준이다. 1~4호선(10량), 5~7호선(8량)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난다. 경전철과 전철을 단순 비교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더라도 우이신설선 플랫폼이 모두 2량으로 맞춰져 있어서 열차 개조가 불가능하다는 시 관계자 설명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수요가 더 늘어나도 수용 인원을 늘릴 수 없다는 얘기다.

    서울시가 예측한 수요는 하루 평균 13만명이다. 개통식이 있었던 2일은 13만명, 다음날 3일은 9만명이 감소한 4만명을 기록했다. 4일은 집계가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시민들이 얼마나 우이신설선을 이용할지가 관건이다. 만약 수요 예측이 빗나가면 사업 시행자가 영업개선 등을 통해 수익성을 창출해야 한다.

    승차감도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었다. 오전 8시 20분쯤 신설동역에 다다랐을 때였다. 열차가 멈추면서 균형을 잠시 잃었다. 문 옆에 설치된 손잡이를 재빨리 잡아 넘어지진 않았다. 확실히 열차가 경량이다보니 곡선로를 지나거나 정지할 때 흔들림이 심한 듯 했다. 옆에 앉은 중년여성도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경전철이 좀 흔들리지 않나요?" 기자의 질문에 중년여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시 관계자가 지난달 30일 기자설명회에서 "일반 지하철보다 승차감이 매우 좋은 편에 속한다"고 주장한 대목에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4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우이신설선 성신여대입구역에선 또 다른 불편과 맞닥뜨렸다. 오이역·한성대 방면이라고 적힌 표지판을 따라 이동했다. 곧 38인승 환승 엘리베이터 3대와 마주했다. 계단은 이용이 불가능했다. 출근시간이 지난 시점(11시 30경)이라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이곳에서 만난 한 시민은 "러시아워에 오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우이신설선을 처음 타 봤다는 김미경(37·여) 씨는 "환승게이트에 카드를 찍고 보니 갑자기 길이 막혀있고 3대 엘리베이터가 있어 당황했다"며 "많은 사람이 이용할 경우에는 바로 못타고 기다려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이 곧바로 문을 닫지 않고 기다려준다면 엘리베이터에 최대 인원이 탈 수 있어 불필요한 대기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불편을 조금 감수하더라도 교통 사각지대로 불리던 강북지역을 동대문구와 이어주는 우이신설선을 이용하면 10~30분 정도 이동 시간을 단축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훈(32·회사원) 씨는 평소에 1165번 버스를 타고 미아사거리역에서 내린 후 4호선을 탔다. 그 다음 1호선 동대문역에서 환승해 종각에서 하차해 도보로 회사까지 걸어갔다. 총 1시간 남짓 소요된다. 하지만 경전철을 이용할 경우 15~20분가량 단축된다고 했다.

    정재헌 씨(49)도 "아파트 입주 15년 만에 집 앞에 전철이 들어왔다"면서 "대문에서 승강장까지 딱 5분이 걸리고 대학로나 종로 나가는 시간이 20분 정도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출근 시간도 그 정도 아낄 수 있다"고 기뻐했다.

    흰머리가 희끗희끗 난 할머니들은 다른 이유로 웃음을 띄었다. 어린아이처럼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전동차 정면을 통해 터널 내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조금 뒤에 서 있던 어린아이와 함께 탄 3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은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또 곳곳에는 언론인 손석희부터 가수 다이내믹 듀오 등 유명인들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일반 지하철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풍경이었다.

    한편, 우이신설선은 강북구 우이동~동대문구 신설동을 총 13개 정거장(11.4Km)으로 연결한다. 지나는 역은 다음과 같다. △북한산우이 △솔밭공원 △4.19민주묘지 △가오리 △화계 △삼양 △삼양사거리 △솔샘 △북한산보국문 △정릉 △성신여대입구(4호선 환승) △보문(6호선 환승) △신설동(1·2호선 환승)

    운행간격은 출퇴근 시간대는 3분, 그 외 시간대는 4~12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정차시간은 일반역은 30초, 환승역은 40초다. 오전 5시30분부터 평일은 익일 1시, 휴일은 자정까지 운행한다.

    요금은 교통카드를 이용할 경우 현재 지하철과 같이 성인 1,250원, 청소년 720원, 어린이 450원이다. 3개 정거장(성신여대입구, 보문, 신설동)은 기존 지하철 1·2·4·6호선과 환승 가능하며, 수도권 통합환승 할인제도를 적용받는다.

    열차 내부에는 CCTV와 화재감지기가 1량당 2개씩 설치됐다. 화재에 대비해 불연재인 알루미늄 소재로 차체 및 내장판이 제작됐다. 객실 내 의자, 바닥재도 불에 타기 어려운 난연재가 적용됐다. 출입문 근처에는 비상 시 승객이 직접 차량을 멈출 수 있는 비상 정비 버튼과 관제소 연락용 비상 통화 장치도 설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