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 필요"에서 "별개 문제"로 입장 선회한 女 의원들, 물밑 접촉 있었나?
  • (왼쪽부터) 김경수 민주당 의원, 안도현 우석대학교 교수. ⓒ뉴시스
    ▲ (왼쪽부터) 김경수 민주당 의원, 안도현 우석대학교 교수. ⓒ뉴시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향한 민주당 내 친문 인사들의 전방위적 옹호가 눈길을 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한 '성(性)의식' 논란으로 탁현민 행정관이 거취 기로를 직면했고, 이를 무마하고자 친문 인사들이 지원사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친문 인사들의 열띤 지원사격 탓일까.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지난달 청와대 측에 전달한 '탁현민 행정관 조치' 요구가 퇴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언급한 "페미니즘 대통령" 발언과도 직결된다. 정부여당의 여성관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탁현민 행정관을 향한 지원사격의 포문은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열었다. 김경수 의원은 이번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입'을 상징하는 선대위 대변인직을 역임했다. 또 김경수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참여정부 때 청와대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김경수 의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탁현민 행정관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글을 올린다"라면서 "(탁현민 행정관에게) '최소한 정권 초기만큼은 도와 드려야 하지 않나' 라고 (내가) 몰아세웠다"고 말했다.

    원외 친문 인사로 꼽히는 안도현 우석대학교 교수 역시 김경수 의원이 탁현민 행정관 옹호 글을 올린 그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탁현민을 더 이상 때리지 말라"며 "문재인 정부의 여러 행사들이 국민 곁으로 바짝 다가간 것은 탁현민이 있어서다"라고 말했다. 안도현 교수는 이번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또 다른 친문 인사인 이철승 목사 겸 경남도민추모위원회 상임추모위원장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만난 탁현민은 여성인권유린자로 비판받는 저술 속 모습과는 너무나도 연결이 안 된다"고 탁현민 행정관을 옹호했다.

    다만 친문 인사들의 탁현민 행정관 옹호는 또 다른 여성관 문제를 낳는 모양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친문 인사들이 연일 탁현민 행정관을 옹호하는 것은 일각에서 외치는 '탁현민 행정관 해임'을 무마하고자 하는 게 아닌가"라면서 "(또)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단체로 청와대에 탁현민 행정관 거취 문제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 청와대는 같은당 여성 의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은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실제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달 22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탁현민 행정관 발언 내용이 도를 지나친 게 맞다"며 "청와대 측에 탁현민 행정관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친문 인사들의 탁현민 행정관 옹호'와 '여성 의원들의 탁현민 행정관 조치 요구'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여성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탁현민 행정관 거취를 촉구한 게 아니다. 당시 탁현민 행정관을 놓고 이러한 저러한 목소리가 나온 것을 종합해서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친문 인사들의 탁현민 행정관 옹호 관련) 탁현민 행정관과 이전부터 같이 호흡했던 분들은 그분의 능력을 잘 알 것"이라며 "그의 능력이 지금 문재인 정부에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얘기한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