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위원장! 지난 12일에 있은 평양모란봉악단의 중국공연 취소와 관련하여 열흘이 지나도록 그에 대한 공화국의 입장이 없어 조금은 궁금합니다.

    세상이 알다시피 모란봉악단은 당신이 집권하여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여성그룹악단이지요.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다소 현대적인 악기와 시설, 세련된 미모의 예술인들로 만들어진 당신의 또 다른 자존심인 최고예술단입니다.

    평양에서 진행한 조선로동당창건 70주년 행사에 참여한 중국정부대표단에 답례하는 형식으로 이뤄진 이번 모란봉악단의 베이징공연 준비였지요. 지난 10일 열차로 베이징에 도착한 모란봉악단은 12일부터 14일까지 3~4차례 국가대극원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12일, 첫 공연시작 3시간을 앞두고 숙소인 호텔을 나와 베이징국제공항에서 평양 행 비행기에 올랐지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평양모란봉악단의 베이징공연 취소를 놓고 언론의 추측이 많습니다. 우선 그 공연이 당신에 대한 우상화내용으로 가득했기에 중국 측에서 내용을 바꾸라고 했는데 현송월 단장이 “원수님(김정은)이 보아준 공연내용을 절대 바꿀 수 없다”며 강경입장을 밝혔다고 하네요. 중국 측에서 “정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이 관람하기가 적절치 않아 관객간부의 격을 낮추겠다”고 통보하였답니다.

    다음 조금은 황당하지만 모란봉악단 단원 잠적설이 있는데 악단성원 중 1~2명이 행불되어 어쩔 수 없이 생긴 사고라고 하지요. 또한 공화국에서 진행하는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4주기 행사가 더 급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이런저런 온갖 억측으로 이뤄진 모란봉악단의 중국공연 취소랍니다.

    김정은 위원장! 위의 세 가지 가정을 놓고 생각 좀 해보시오. 만약 평양을 방문한 어느 외국예술단이 당신 앞에서 자국 대통령에 대한 우상화내용으로 가득한 공연을 한다면 당신 기분이 어떻겠소? 언젠가 평양을 방문한 몽골대통령이 김일성종합대학 강연에서 “어떠한 독재도 영원할 수 없다”는 말에 불쾌해 했던 당신입니다.

    예술단원이 잠적했다? 하면 어떻소? “비겁한자야 갈 테면 가라! 우리는 붉은기를 지키리라!” 하면 될 것을. 그리고 부친 사망 4주기 행사라? 그거 이제는 그만 하시오. 세상 사람들이 기가 막혀 웃습니다. 제발 부끄러운 줄 아세요.

    이번 모란봉악단의 중국공연 취소는 국제적인 망신입니다. 당신 조부 김일성 주석과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에도 중국과 많은 친선방문과 경제교류를 하면서도 절대 있어보지도 못한, 있을 수도 없는 특대형의 중대사고이지요.

    분명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모란봉악단 중국공연을 승인한 것도, 그리고 갑작스런 공연취소 및 철수명령을 내린 것도 바로 김 위원장, 당신이라는 것입니다.

    국정을 수행하는 일국의 정상이 소신과 원칙, 유연성도 없이 그게 뭡니까? 하기야 당신 주변에 충언할 사람이 없지요. 자기 고모부도 처형하는 비정한 당신 앞에 당과 국가의 간부들이 호랑이 앞의 쥐 마냥 부들부들 떨고 있으니 말이죠. 사람의 지혜는 먹은 만큼의 나이에서 나오는데 어린 당신의 독선이 심히 걱정입니다.


    2015년 12월 21일 - 서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