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산당, 리허설 보고 세습독재 찬양 내용변경 요청…모란봉 악단, 中만류에도 철수
  • 中언론에 찍힌, 김정은의 옛 애인이자 '첩'으로 알려진 현송월 모란봉 악단 단장. ⓒ뉴시스-中신화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中언론에 찍힌, 김정은의 옛 애인이자 '첩'으로 알려진 현송월 모란봉 악단 단장. ⓒ뉴시스-中신화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 공연단 ‘모란봉 악단’이 지난 12일 공연 직전에 갑자기 철수한 일에 대해 국가정보원이 지난 14일 관련 내용을 국회에 보고했다.

    주호영 위원장 등 국회 정보위원회 의원들이 전한 국정원발 첩보는 “中공산당 측이 모란봉 악단에 공연 내용변경을 요구하자 갈등이 생겨 철수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국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모란봉 악단’이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11일 ‘모란봉 악단’의 공연 리허설을 본 中공산당 측은 공연 내용이 김씨 일가, 특히 김정은 찬양 일색인 점을 보고 난색을 표했다고.

    中공산당이 ‘모란봉 악단’의 공연을 관람할 인사의 격(格)을 낮추게 된 것도 공연내용 때문이었다고 한다.

    북한전문매체 ‘자유북한방송’은 베이징의 대북소식통을 인용,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도했다. ‘자유북한방송’에 따르면, ‘모란봉 악단’의 철수는 단장인 현송월의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자유북한방송’과 접촉한 소식통은 “中공산당 측이 공연 내용변경을 요구하자 현송월이 ‘최고존엄에 대한 모욕’이라며 발끈해 철수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中공산당 관계자들은 11일 ‘모란봉 악단’의 리허설을 본 뒤 “예술에 사상을 섞으면 안 된다”면서 ‘죽어도 혁명신념 버리지 말자’ ‘우리는 누구도 두렵지 않아’ 등의 곡을 공연에서 빼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 같은 요청에 현송월과 ‘모란봉 악단’ 관계자들은 “우리 공연은 원수님(김정은)께서 직접 봐주시고 지도해주신 작품이기 때문에 점 하나, 토시 하나 뺄 수 없고, 빼서도 안 된다”고 반발했다는 것이다.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도 이런 주장에 합세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이런 사실은 평양에까지 보고됐고, 보고를 받은 김정은이 지재룡에게 연락해 ‘현송월 등 악단 관계자들의 결심을 믿겠다’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고, 中공산당 대외연락부와 선전부는 공연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맞서 결국 철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현송월이 공연장(국가대극원) 관계자의 말을 문제 삼았다”며 ‘모란봉 악단’의 철수에는 현송월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놀라운 점은 ‘국가대극원’ 관계자가 현송월에게 했던 말이다. ‘모란봉 악단’ 공연의 조명 보조를 맡은 기술팀 직원은 ‘모란봉 악단’ 관계자들에게 “김정은이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된 것을 알고 있느냐” “조선 인민들이 잘 살려면 중국을 좀 본받아야 한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자유북한방송’과 접촉한 소식통의 말이 사실이라면, 김정은의 옛 애인이자 ‘첩’으로 알려진 현송월의 ‘파워’가 다른 노동당 간부보다 더 강하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한편 中공산당 외교부는 지난 14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모란봉 악단’의 갑작스러운 철수에 대해 “언론에서 이미 보도했다”며 “추가로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 中공산당 관영매체 등은 ‘모란봉 악단’의 철수와 관련해 거의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中공산당은 SNS인 웨이보와 인터넷 포털의 댓글, 블로그 등에서 ‘모란봉 악단’과 관련된 내용을 계속 삭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