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6일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한 사건과 관련, 북측의 개입을 시사하는 정황·단서들이 속속 포착돼 주목된다.

    ◇외부폭발 암시 '강력한 음파' 포착 =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10일 노영민 민주당 의원 측에 제공한 자료에서 천안함 침몰 당시 관측됐던 지진파가 강력한 음파를 동반했음을 드러내는 관측 기록을 공개했다.

  • ▲ 침몰한 천안함  ⓒ 연합뉴스
    ▲ 침몰한 천안함  ⓒ 연합뉴스

    이 자료에 따르면 천안함에서 원인미상의 폭발이 일어난 직후인 26일 21시 21분 59초에 백령도 관측소에서 규모 6.575 Hz의 음파가 두 번 관측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고 발생 해역에서 200여km 정도 떨어진 김포와 철원 관측소에서도 21시 30분과 32분, 각각 5.418Hz와 2.532 Hz 규모의 공중 음파가 잡힌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사고 인근 지역은 물론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곳에까지 음파가 전달됐음을 의미, 자연적인 지진이 아닌 사고 당시 강력한 외부 폭발에 의해 음파가 발생했음을 방증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음파 발생 기록은 "폭발음이 두 번 들렸다"는 생존 장병들의 증언과도 일치, 기뢰나 어뢰의 충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연구원은 당시 관측한 지진파와 음파를 분석, 기뢰 혹은 어뢰가 천안함 아래 10m 지점에서 폭발했다고 가정할 경우 260kg의 TNT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천안함 침몰은 정찰총국 자행한 테러" = 같은 날 익명의 군 고위 소식통은 "이번 천안함 침몰 사건이 대남공작을 총괄하는 북한 정찰총국에서 수행한 테러공작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힌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 전후로 우리가 파악한 정보상황에 북한군 움직임이 전혀 감지되지 않은 점도 정찰총국의 은밀한 작전수행 때문이라고 본다"며 "서해 수심이 얕아 잠수정이 활동하기 어렵다는 점을 역이용했고 실패를 염두에 둔 작전을 폈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북한군 내부에서도 강성으로 손꼽히는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이번 테러작전을 진두지휘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했다. 김영철 국장은 2008년 개성공단 출입제한 조치를 주도했던 인물로 대청해전 직후인 지난해 11월 우리 측에 통지문을 보내 "무자비한 군사적 조치가 취해지게 될 것"이라는 협박을 가한 전력이 있다. 따라서 군은 김 국장이 이번 보복 테러를 통해 흩어진 '군심'을 다잡고 김정일과 군부의 신임을 얻고자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천암함 침몰 이후 사고 원인을 놓고 갈팡질팡하던 군과 정보당국은 최근 북측의 타격 가능성에 한층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민관 합동조사가 진행되면서 자연지진이나 기뢰에 의한 폭발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는 반면 외부에 의한 공격으로 강력한 폭발이 발생했음을 암시하는 단서와 징후들은 윤곽이 뚜렷해지는 형국이다.

    ◇남북 관계 '경색' 지속 우려 = 만일 북측의 도발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가뜩이나 얼어붙은 남북 관계는 최고조의 긴장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최근 들어 북한에서 금강산 내 남측 부동산에 대한 조사를 실시,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한편 금강산 관광을 현대아산에서 중국 업체로 바꿀수 있다는 엄포를 늘어놓는 등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을 전방위로 표출하고 있다는 점도 남북교류의 '전면 중단' 같은 최악의 상황을 가늠케 하고 있는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이번 천안함 침몰사건 원인을 밝히기 위해 다국적 조사단이 각국에서 급파된 점도 북한 측의 개입을 염두해 둔 조치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북측의 공격으로 인한 침몰로 판명된다면 남북 양국 뿐 아니라 첨예하게 얽혀있는 세계 열강들 역시 대북제재를 위한 국제 공조 등 다각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단 천안함 사건을 차치하더라도 북한 측의 대남전략은 단호해 보인다.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 및 개성공단의 폐쇄를 불사할 정도로 남한에 대한 강도높은 압박을 가하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이전 정권과는 달리 '유화적 제스처'를 쓰지 않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일종의 길들이기 성격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천안함 침몰 사태 이후 발표된 북한 측 성명도 남한의 '반공화국 모략책동'을 강력히 비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이번 천안함 사건의 진상 규명 결과에 따라 10여년간 지속돼 온 남북 관광·경제 교류가 중단되는 것은 물론 남북 정상회담 등 남북한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이 소멸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