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의 무죄판결을 놓고 시끌시끌하다.
    국민여론과 동떨어진 판결이라면서 판사의 개인적인 성향까지 거론하며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이러한 비난은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마냥 흥분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우선 지적할 점은 법원의 판결에 대한 비판은 법리에 따라 냉정하게 이루어져야지 국민정서나 여론을 빌미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법관의 독립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뿐만 아니라 여론으로부터의 독립도 의미한다. 비민주적인 사회에서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민주화된 사회에서는 여론으로부터의 독립이 주요 과제가 된다. 국민의 99%가 어떤 사람의 행위에 대하여 죄가 된다고 생각해도 죄가 되지 않으면 판사는 무죄를 선고해야 하고, 여론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판결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강 의원에 대한 무죄판결을 어떻게 봐야 할까? 필자가 재판에 관여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세세한 문제까지 거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견하여 법리상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

    첫째, 판결은 강 의원이 국회 경위의 멱살을 잡은 것은 "항의의 표시를 하기 위함이었지 위해를 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는 이유로 위력의 행사가 아니라고 보았다. 그러나 경위의 멱살을 잡은 행위는 그 목적이 항의라 하더라도 두 말할 것 없이 위력의 행사다.
    둘째, 강 의원이 박계동 사무총장의 방에 들어가 공중부양을 하고 탁자를 부수는 등의 행위를 할 당시 박 총장은 신문을 보고 있었지만 이미 비서가 스크랩해 준 신문을 보았으므로 신문을 보는 행위는 공무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참 신기한 논리다. 이 논리대로라면 사무총장은 비서가 스크랩하지 않은 부분을 읽는 것은 놀고 있다는 논리다.
    셋째, 강 의원이 탁자를 부순 것은 "당시 강 의원이 극도로 흥분한 상태로 탁자를 부순다는 인식(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역시 무죄로 판단한 부분 역시 법률가가 보면 실소를 금할 없다. 이런 식으로 고의가 부정된다는 얘기는 듣느니 처음이다. 아무리 흥분하였더라도 어른이 탁자에 올라가 '공중부양'을 반복할 경우 웬만한 탁자는 부서진다는 사실은 보통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고의가 인정되고도 남는다.

    이러한 법리는 법대 2,3학년이면 알 수 있는 기초적인 법원칙이다. 그런데 이 판사가 이렇게 기초적인 법리를 알지 못해서 무죄를 선고하였을까? 그럴 리는 없다.
    이 판사는 한나라당의 횡포에 '항의한' 강 의원의 행위가 충분히 이해되고 정도를 넘지 않았다는 개인적인 소신에 따라 다소 무리한 법리를 적용해서라도 무죄를 선고하였다고 본다. 한마디로 민주노동당과 코드가 맞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우리 헌법상 법관의 독립이 보장되어 있으니 법관이 양심에 따라 소신껏 재판한다면 어떤 판결이라도 허용되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양심 이전에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하여야 하는 것이다. 터무니없는 법리를 갖다 붙인 판결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판결일 수 없다. 그리고 여기서 양심이란 개인적 양심이 아니라 법관으로서의 양심이다. 법관의 주관적 양심으로 강 의원의 '공중부양'이 죄가 안 된다고 생각하더라도 객관적인 법리상 죄가 된다면 유죄를 선고해야 하는 것이 법관으로서의 양심에 충실한 것이다.

    아울러 법관은 여론으로부터 독립이 보장된다고 판결에 대한 비판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여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압력을 가하는 것이 금지될 뿐 법리에 의한 비판은 얼마든지 허용된다. 강 의원에 대한 무죄판결은 법리상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적지 않다. 무죄판결을 위한 무죄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법리에 어긋난 판결은 준엄하게 비판받아야 한다.

    문제는 요즘 이러한 판결이 수시로 튀어나온다는 데에 있다. 이른바 코드판결이다. 그 원인의 일단은 노무현 정부 시절 박 모 대법관 등 코드판결을 한 법관이 오히려 중용된 탓에 있다. 그렇다면 사태의 원인은 현 대법원장에게 있다.

    헌법과 법률에 의하지 않는, 개인적 소신만을 앞세워 코드판결을 하는 법관은 헌법 제103조를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코드판결에 의한 사법 불신은 국가의 존립과 관련된 문제다. '코드법관'은 그 개인적 소신이 작용하지 아니할 분야에서 재판하도록 인사조치하고, 후일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시켜야 한다. 대법원장은 2006년 2월 모 대기업 비자금 사건에 대한 판결이 너무 관대하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여 법관의 독립 침해라는 비난을 개의치 않았던 파격을 보여주었던 분인데, 그러한 파격을 '코드법관'에게도 발휘하면 된다.
    대법원장이 확실한 태도를 보여야 코드판결에 의한 사법 불신이 해소될 수 있다.